▲ 윤자은 기자
“결과의 평등 NO 기회의 평등 YES, 무임승차 웬 말이냐 공정사회 공개채용!”

“정규직-비정규직 손 잡고 같이 가요,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정규직으로 구성된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와 비정규직이 가입한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각각 준비한 피켓이다.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공사 대강당에서 열린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방안 공청회장.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의 골을 확인한 자리였다.

2개 연구기관, 정규직 전환 기준·방식 발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사흘 만에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1호 사업장인 인천공항의 정규직 방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공청회가 진행된 강당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강당 밖 양쪽에 마련된 중계 모니터 앞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뜨거운 관심만큼 분위기가 격앙돼 있었다. 발제자·토론자·질문자가 누구냐에 따라 박수와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날 공청회는 공사측이 정규직 전환방안 수립을 위한 컨설팅용역 중간 과정을 설명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하기 위해 만든 자리다. 발제는 연구용역을 맡은 정호석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전문위원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진행했다. 두 곳에서 나온 컨설팅 중간보고서가 각각 공개됐다.

능률협회컨설팅 방안은 9%(854명)만 직접고용하고 91%(8천984명)는 별도 독립법인(자회사)으로 넘기는 것이 골자다. 노동사회연구소는 보안방재공사를 설립해 3천734명을 채용하고 5천650명은 직접고용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능률협회컨설팅은 직접고용 인원과 관련해 채용시험 방식을 적용하고 자회사 채용인원은 부적격자를 제외한 전환채용을 제안했다. 노동사회연구소는 “가이드라인은 현 노동자 전환 채용이 원칙이고 용역업체 소속일 때도 고용승계가 원칙이었다”며 “다만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 방문 이후 업체에 취업한 노동자는 엄격히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유·고성·막말 쏟아진 공청회장

플로어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고조됐다. 공사 신입사원이라고 밝힌 정규직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고시촌에서 공부했지만 번번이 좌절했고 이후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공사에 입사했다”며 “원칙을 배제한 채 대규모 직접고용을 하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환경미화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비정규직은 “공사 정규직이 하는 기획·관리 같은 사무직 업무는 청년선호 일자리가 맞지만 우리 같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하는 업무는 청년선호 일자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일부 정규직들은 정규직 전환에 긍정적 입장을 표명한 발제자와 토론자에게 고성으로 막말을 쏟아 냈다. 질문기회가 비정규 노동자에게 한 차례 더 가자 “공정하게 진행해라” “짜고 치는 것 아니냐” “똑바로 해라”는 고함이 잇따랐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가 “여기 와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진 모습을 직접 보니 갑갑하고 안타깝다”고 말하자 정규직 쪽에서 야유를 퍼부었다. 이 교수는 “한쪽에서 발언하면 다른 쪽에서 야유가 터져 나오는 모습이 이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등급화된 것을 지속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논평을 내고 “토론회 진행 과정에서 정규직들이 연구진 답변에 큰소리로 야유를 보내고 고함을 지르는 무례함을 보이고 비정규 노동자 질의를 방해했다”며 “이런 모습에 비정규 노동자와 전문가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비정규직은 정규직에게 양보를 요구하거나 정규직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공항이 비정규직은 경쟁채용으로 해고하는 등 정규직 전환을 최소화해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망가뜨리는 주역이 될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를 통해 국민적 희망이 될지는 아직 열려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공청회 시작에 앞서 청년·대학생 단체들은 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학생들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며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지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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