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흡연이 건강에 매우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금연을 하는 것이 건강한 미래를 위해 매우 현명한 선택임을 부정할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국가는 담배를 판매하고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모순된 행동과 정책이라 하더라도 금연을 위한 공중보건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흡연과 담배산업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논쟁이 있겠지만, 오늘 지면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노동자들은 왜 흡연을 하는가? 혹은 왜 금연을 하지 못하는가? 그 이유를 찾아보고자 한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한국 남성 흡연율은 39.1%였다. 2012년 44.9%, 2014년에 43.3%였음을 고려하면, 점차 감소 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반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여서, 노동자들의 흡연율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남성노동자들의 흡연율 추이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1998년 64.5%이던 사무직 흡연율은 2009년에 42.9%로 감소한다. 그러나 육체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은 1998년 71%였던 흡연율이 2009년 60% 수준으로 감소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다.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흡연율 격차는 6.5%포인트에서 17.1%포인트로 증가했다(장태원·김형렬 등, 2012). 2012년 미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흡연율 조사에서도 관리자(15.8%)에 비해 운전노동자들의 흡연율이 2배 가까이(29.2%) 높았다(Girija Syamlal 등, 2015). 노동자계급 내에서 이러한 흡연율 격차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올 여름 택시노동자들의 근무조건과 건강실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택시노동자들의 높은 폭력 경험률, 만성질환 유병률, 사고 경험 등 여러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지만 택시노동자들의 흡연율 역시 놀라웠다. 당시 서울지역 11개 택시회사에서 693명의 택시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52.8%의 노동자가 흡연을 했다. 일반인구 집단의 흡연율에 비해 현저히 높은 흡연율이 확인됐다. 택시노동자의 연령별 흡연율을 일반인구 집단의 결과와 비교해 보면 흡연율 격차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그래프 참조> 이 결과에서 특히 문제가 됐던 것은 장시간 운전을 하는 1인1차제 운전노동자와 야간에만 운전을 하는 노동자가 각각 60%, 65.9%의 흡연율을 보였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진행한 한 연구에 의하면 여성노동자들은 사무직에 비해 서비스직 노동자가 흡연할 위험이 2.37배, 교대근무자가 비교대근무자에 비해 흡연할 위험이 1.38배, 40~48시간 근무하는 노동자에 비해 49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가 흡연할 위험이 2.21배였다(조영승·김형렬 등, 2013년). 어떤 일을 하느냐, 교대근무를 하느냐, 장시간 노동을 하느냐가 흡연 상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밝히고 있다.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이러한 선택이 구조적으로 강요된 선택일 수도 있다. 흡연의 위험이 밝혀지고, 국가의 금연지원 정책이 활발해지며 급격히 감소하는 흡연율에도 불구하고 장시간 노동, 교대근무,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노동자들의 흡연율 감소폭이 작은 이유는 무엇일까? 흡연은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매우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그러나 흡연을 하는 원인이 있다. “원인의 원인”을 찾아내 이를 제거하는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양한 공중보건정책이 실행된다 한들 오히려 노동자들 사이의 건강격차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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