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1호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연대의 꽃이 피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규직과 같은 연봉이나 같은 직급체계를 바라는 게 아닙니다. 10년 넘게 불안정하고 열악했던 처우를 개선하고 더 나은 일자리로 만들어 가자는 요구입니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규직이 비정규직 제로사업의 주인공으로 나서 주면 좋겠습니다.”

박대성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이 정규직 연대를 호소하며 이같이 말했다. 공공기관 비정규 노동자들이 정규직에 연대의 손길을 요청했다. 불필요한 내부 갈등이 생기는 원인에는 정부가 예산·정원 지원 등 세밀한 정책을 마련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규직-비정규직 연대해 함께 싸우자”

공공운수노조는 22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의 단결과 함께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한국을 비정규직 지옥으로 만든 외환위기 이후 20년을 청산하고 더 늦기 전에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고용원칙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하자”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일부 공공기관 정규직 사이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공공기관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시 공모로 경쟁채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B공공기관은 신입직원들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김애란 노조 사무처장은 “현장에서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그러나 정책 미흡을 이유로 비정규 노동자 희망의 끈을 정규직이 자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진입시키고 함께 싸워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정부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는 비정규직
“채용 절차 문제는 비정규 노동자 탓 아냐”


이런 가운데 정규직 노조가 나서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앞장서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박희병 노조 가스공사지부장은 “그동안 비정규직 철폐 구호는 바깥을 향한 외침이었지 내부의 울림은 없지 않았나 싶다”며 “투쟁으로 정규직 노동자만 과실을 취한 현실이 안타까워 우리가 모범을 보이고자 비정규직과 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지부는 전 직종 파견·용역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조직하고 지원했다. 공사 비정규직 1천200여명 가운데 900여명이 노조 가스공사비정규직지부에 가입했다. 최근에는 정규직 조합원 1인당 2만원씩 비정규직 연대기금으로 출연했다.

이경락 철도노조 사무처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규직 일자리 5천개를 줄였고 장시간 노동·저임금의 나쁜 비정규직 일자리로 만들었다”며 “가장 큰 피해자가 지금의 비정규 노동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규직의 기득권, 특권의식보다 정규직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더 무겁게 받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2007년 239명, 2008년 200명, 2013년 100명, 2016년 76명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병원을 상대로 투쟁해 이룬 성과다. 최상덕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채용절차 문제는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병원측의 책임이지 비정규 노동자의 잘못이 아니다”며 “우리는 비정규직의 완전한 정규직화를 위해 연대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예산·정원 등 지원도 없이 각 공공기관에 책임을 떠밀면서 문제가 확산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처우개선 예산을 제대로 배정하고 정원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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