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사회권위원회)가 지난달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비롯한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데 대해 문재인 정부가 이를 이행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홍영표(더불어민주당)·노회찬(정의당)·권미혁(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엔 사회권심의대응 NGO모임이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유엔 사회권위원회 최종권고, 그 의미와 실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회권위원회 권고 부합하는 노동법 전면 개정해야”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사회권위원회가 최종권고를 하면서 18개월 이내 보고해야 할 사항으로 노조할 권리 등 3가지를 꼽았다”며 “이제 더는 지체돼서는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 정부는 2006년과 2008년 유엔 인권위원회 이사국으로 출마하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공약했으나 아직도 이행하지 않았다.

류 국장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고서는 인권국가도 노동존중 사회도 실현할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것이 국정과제라면서 비준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다시 말뿐인 약속이 되지 않도록 비준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이 담긴 로드맵을 제시하고 양대 노총과 협의에 돌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사회권위원회 권고에 부합하도록 노동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국장은 “사회권위원회는 노동 3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며 “특히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서 벌어지는 교섭권 침해와 노조파괴, 해고자 노조가입 금지, 행정당국 노조활동 개입, 비정규직 노조할 권리 보장에 대해서도 18개월 이내에 보고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는 노조설립신고제도 개선 △전교조·공무원노조 인정 △특수고용직 노조할 권리 보장 △업무방해죄 및 손배·가압류 금지로 파업권 보장 △비정규직 직접고용 원칙 확립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노동자와 가족 생계비 포함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자유 제한 폐지 등의 법제화를 촉구했다.

“정부 기업 감싸기 그만, 기업과 인권 권고 이행하라”

사회권위원회의 18개월 이내에 보고하라는 권고에는 기업과 인권 분야도 포함됐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주제발표에서 “한국 정부는 유엔 기구의 기업의 인권문제에 대한 이행원칙을 이행하라는 권고를 무시해 왔다”며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인권문제가 대두됐음에도 기업을 감싸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나 사무국장은 “사회권위원회는 기업과 인권과 관련해 인권실천 및 점검의무에 대해 법적 의무를 수립하라고 권고했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 사무국장은 “해외진출 한국 기업의 인권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해당 국가와 기업이 처리할 문제라며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며 “하지만 사회권위원회는 사법 관할권 문제를 뛰어넘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기업과 인권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를 별도로 수립하는 한편 청와대 또는 국무총리실 주도로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조정·기획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규범의 국내 수용과 관련해 ILO 핵심협약 비준 등 노조할 권리는 입법사항”이라며 “국회는 비준 문제를 국내적 유·불리로만 따질 게 아니라 국제적 기준과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입법 이전에라도 정부와 사법부는 정책 수행과 법 적용에서 사회권위원회 권고를 고려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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