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기관이 거액 자금 이체 때 이용하는 한국은행금융망 운영시간을 한 시간 연장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시간 증가를 가져올 정책을 노사합의 없이 추진하면서 금융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기관 대상 설명회를 열고 다음달 초부터 한국은행금융망 운영 마감시간을 현행 오후 5시30분에서 오후 6시30분으로 1시간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이를 위해 서버접속 시스템 변경과 전산테스트를 이달 말까지 완료해달라고 금융기관에 요청했다.

한국은행금융망 운영시간이 연장되면 금융기관 영업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도 증가한다. 1994년 첫 가동될 때 하루 7시간 운영했던 한국은행금융망은 이후 세 차례에 걸쳐 1시간30분 연장(오전 9시~오후 5시30분)된 상태다. 한국은행은 여기에 한 시간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망 운영 마감 직전에 대금결제가 몰리는 현상을 해소하고 사회적 편익을 높이기 위해 운영시간을 늘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노동계는 노동시간 문제는 노사합의 사항인데 한국은행이 노조와 논의도 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금융노조는 최근 한국은행에 "금융망 운영시간 연장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고 근로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추구하는 정부 시책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노사 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므로 운영시간 연장을 전면 보류하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전달했다. 일부 금융회사도 "증권사 등이 거액자금을 마감시간까지 운영하기에 결제 집중현상은 (금융망 운영시간을 1시간 늘려도) 계속 발생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근로시간 연장은 노사 합의사항으로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한국은행에 전달했다.

한국은행금융망 운영시간 연장 문제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노동계와 정부 간의 첫 갈등사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14일 한국은행 관계자와 가진 간담회에서 연장근로가 발생하는 문제인데도 현장 설득과 노사합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우려를 전달했다"며 "무리하게 정책을 강행할 경우 대정부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2월 초 운영시간 연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고 기관들의 의견을 계속 청취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의견을 듣고 정리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연장 여부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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