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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할 권리’ 지금 당장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1970년, 재단사였던 노동자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요구하며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그 시대를 살아가던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였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87년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인간답게 살아 보자”고 외쳤다.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뒤엎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뭉치고 그 힘으로 현실을 바꿔 보고자 했다. 그런데 70년으로부터 47년이 지났고, 87년으로부터도 30년이나 지난 지금도 노동자들은 “노조할 권리”를 외치고 있다. 촛불항쟁으로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노동자들은 여전히 헌법에 보장된 ‘노조할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직장갑질119의 열린카톡방에는 고통과 분노로 얼룩진 노동자들의 호소가 쏟아진다. 성희롱과 욕설을 견디다 못해 그만두려는 이들에게 회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협박하고, 강제 장시간 노동에 체불임금도 많다. 원하지 않는데 체육대회에 동원하고 사장 집 김장도 하게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괴롭혀서 나가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직장갑질이 만연한 이유는 노동자들이 모두 고립된 상태로 회사와 대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힘을 합하면 막을 수 있겠지만, 노동자들에게는 ‘함께’할 권리가 너무나 제한적이다. 그래서 현장이 이렇게 엉망이 됐다.

회사의 위법행위를 신고하려고 해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판이니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하려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정보와 인사평가를 회사가 독점하고 다양한 근거로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데, 노동자들은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로 신고하기도 어렵다. 힘들게 노조를 만들어도 회사에서 어용노조를 만들고 다수노조를 이용해 교섭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것을 뛰어넘어도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진짜 사장인 원청이 사용자로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니 하청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은 의미가 없어진다. 심지어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조를 만들 권리도 보장하지 않는다.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봉쇄하기도 한다.

노조할 권리는 최소한의 요구이며 가장 시급한 요구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의 조직률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이 쉽게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없애고, 부당노동행위 처벌을 강화하고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법제화하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정부는 여전히 노조할 권리에 대해 소극적이다. 제도개선은 시간만 끌고 있고, 정부가 즉각 할 수 있는 일도 안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특수고용 문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에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권고를 수용할 것이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 또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노동부는 11월 택배연대노조가 제출한 설립신고증을 발급했지만 대구지역대리운전직노조의 설립신고증을 전국 단위로 변경하는 설립신고사항은 변경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설립신고를 할 경우 개별적으로 판단해 신고증을 내주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국가인권위 권고를 사실상 거부하는 것이다.

'노조'는 노동의 대가를 받아서 생활하는 이들, 개인으로는 힘이 약해서 집단으로 뭉치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의 권리다. 노조 설립은 신고제이지 허가제가 아니다.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자신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갑’을 향해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행위가 함부로 제한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노동자들이 종속성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해서 개별 업종별로 신고증을 내줄지 말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노조 설립을 신고제로 운영하겠다는 발상이다.

기업들은 책임을 외부화하고 고용형태는 더욱 복잡해진다. 하청기업과 노동자를 통제하고 이익을 누리면서도, 책임은 분할하는 기업의 경영전략 때문이다. 특히 과학기술 발전으로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시를 하지 않고도 통제가 가능하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학기술을 활용한 기업의 사용자 책임회피 전략에 대해 노동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20세기 노동자 판단 지표를 활용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데에만 힘쓰고 있지 않은가. 갑질천국이 돼 버린 일터를 바꾸기 위해, 정부는 노조할 권리를 지키는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 그 전에 노동부가 즉각 할 수 있는 일,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조설립신고증을 조건 없이 내주는 일부터 시작하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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