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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보기술 시대와 일자리 미래, 노조는 무엇을 할 것인가한·일·중·대만 중국 샤먼에서 21회 소셜 아시아 포럼 … "국제협력 강화해 사회진보 이루자"
   
▲ 양우람 기자

인공지능(AI)의 비약적인 발전은 일자리와 노동의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신문명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노조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일본·중국·대만 노동전문가들이 최근 한자리에 모여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주제다.

이달 2일부터 6일까지 중국 샤먼 싱린완호텔에서 ‘새로운 정보기술이 노동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노조의 역할’을 주제로 21회 소셜아시아포럼(Social Asia Forum, SAF)이 열렸다. SAF는 매년 한 차례씩 4개 나라 노동전문가들이 각국을 순회하며 그해 노동이슈와 관련한 상황을 공유하고 토론을 하는 자리다. 지리·문화적 환경이 비슷한 나라의 전문가들이 모여 복잡하고 까다로운 노동문제를 공동의 지혜로 슬기롭게 풀어 가자는 취지다.

지난해 20회 포럼은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조의 역할을 찾는 자리였다. 올해 포럼에는 SAF 한국 대표를 맡고 있는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롯한 15명이 참가했다.

"4차 산업혁명에도 총고용량 유지될 것"

첫날인 2일 저녁 환영만찬 후 이틀째인 3일 오전부터 포럼이 본격화했다. 첫 번째 세션은 한국 참가자들이 꾸렸다.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이 ‘한국의 노동 현황과 과제’를 발표했다. 김형동 부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을 견인한 촛불혁명의 의의와 과제를 참가국에 소개했다.

“지난 정부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노동자와 시민들의 촛불혁명 결과 조기 대통령선거가 실시됐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선거운동 기간 문재인 후보는 헌법과 법률까지 위반하면서 강행된 잘못된 노동정책을 바로잡겠다고 공약했다. 한국노총은 정책연대협약을 체결했고, 노동계의 실질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출범 6개월 정도에 불과하지만 정책적인 면에서 일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 과제를 설명하기에 앞서 한국 경제 상황을 “노동소득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요약했다. 2012년 기준 상위 10%의 소득집중도가 44.9%(국회입법조사처)에 이르고 2015년 한국 저임금(중위임금 3분의 2 이하) 근로자 비중이 23.5%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형동 부원장은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방향에 대해 “노동중심 임금·소득주도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노동기본권과 사회안전망 확충에 기반을 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소득불평등 해소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조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하는 쪽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우선과제로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실현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및 관련법 개정 △비정규직 감축·차별철폐 △정리해고 요건·절차 강화 △노동시간단축을 꼽았다.

김 부원장은 “진정한 의미의 노동정책은 공무원·교사의 노동 3권 보장 같은 노동기본권 보장정책이어야 한다”며 “현행 제도로서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경우라면 적극적인 행정집행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어가는 것으로는 지속가능한 노동개혁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노동자와 노조를 노동정책 집행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4차 산업혁명과 고용문제’를 주제로 논의를 이끌었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생산공정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시키는 데 이어 결과적으로 산업 전반 인사와 노사관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했다. 사례로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독일 안스바흐에 설립한 스마트공장 ‘스피드 팩토리’를 소개했다. 스피드 팩토리에서는 사람 대신 로봇팔이 운동화를 만든다. 주문·생산·운송까지 한 켤레의 신발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6주에서 5시간으로 급감했다.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의사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소개도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왓슨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암치료에 활용되는 로봇이다. 폐암 진단에서 90%의 정확도를 보여 의사(50%)의 눈썰미를 능가한다고 한다. 김동원 교수는 “지난해 12월 가천대 길병원에서 왓슨의 국내 첫 서비스가 시작됐는데 이후 의사와 왓슨의 진단이 달랐을 때 환자의 80%가 왓슨의 진단을 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인간의 노동을 기계가 대체하는 것은 어느덧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이런 현상이 심화하면 전체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김 교수는 “고용량 유지와 감소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과거 생산방식 변화가 미국 실업률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감소하거나 사라질 직업과 활성화되고 생겨날 직업의 상충작용으로 총고용량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고용량 감소 주장은 역사적으로 기술발전이나 산업혁명이 실업을 늘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경제 전체에서의 고용량 감소는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생산방식 변화가 향후 채용과 인사제도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엔지니어·IT·전산부문에서 개방형 채용이 활성화한다면 조직 내에서 노동자 숙련도 향상을 도모하는 노조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잔여 노동자 전환배치를 두고서도 노사갈등이 예상된다. 노조가 기술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 이유다.

김 교수는 “독일에서는 노조 스스로가 4차 산업혁명 성공을 위해 참여와 지원을 필수적으로 여긴다”며 “한국 노조도 기술혁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저항이 노사 모두에 해가 됨을 인지하고 열린 자세로 기술발전을 받아들여 4차 산업혁명 효용이 노동자에게도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공교육 모델 근본적 재고 △일자리 증가·감소 산업 대안 수립 △양극화 완화를 위한 노력 △새로운 노동형태에 따른 정책개발을 제안했다. 정부 차원의 정확한 실태조사와 함께 플랫폼 경제 종사자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포함해 개별 노동·사회보장 차원에서 규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M자형 고용시장 대비해야"

대만 참가자들도 연단에 섰다. 린찬잉 중국문화대학 노동관계연구소 조교수가 ‘산업 4.0’하에서의 인력자원 관리방안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는 스마트공장·사물인터넷·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클라우드·빅테이터 개념이 포함된 생산방식을 산업 4.0으로 정의했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노동을 둘러싼 각종 경계를 흐릿하게 한다. 일과 가정생활, 낮과 밤의 노동시간 구분이 모호해진다. 또 영역을 넘어서는 학습이 중요시된다. 린찬잉 조교수는 “산업 4.0 시대에 인간이 원래 하던 일을 기계가 대체할지, 인력은 여전한 자원인지에 관한 의문이 발생하지만 답은 명확하다”며 “인력자원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항목과 업무방식이 달라지고 관리방식 또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 4.0 노동시장 인력구조가 ‘M자형’을 띨 것으로 봤다. 가로축은 노동자 숙련도와 전문성, 세로축은 노동시장 수요를 나타낸다고 가정한 도식이다.

린찬잉 조교수는 산업 4.0에서 새롭게 출현할 가능성이 높은 직종으로 공업 자료 과학자·로봇 코디네이터·공업 엔지니어·시뮬레이션 엔지니어·가상현실 통합 엔지니어를 지목했다.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간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고갈되지 않는다. 반면 중간계층 노동력은 로봇과 사물인터넷에 의한 네트워크 통신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숙련도에 따른 노동시장 수요를 나타내는 도식이 가운데에서 움푹 패인 M자형을 띠는 이유다.

린찬잉 조교수는 “기업 인력구조 변화가 학교 변화와 평생학습 시대를 야기한다”며 “기업은 인재망 자료 네트워크, 인재 양성, 핵심 인재 성과관리 방안을 만들어 수시로 맞은 사람을 선발하고 맞는 위치에 배치하며 맞는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별노조 운동과 연계해 재고용 정보관리 필요"

다음날 열린 세션 3에서는 기타노 신이치 일본 정보산업노조연합회 부서기장이 ‘신정보기술이 고용·노동에 미치는 영향과 노조 역할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주제 발표에 앞서 신정보 기술이 일본 사회에 주는 영향을 간략하게 보고했다.

기타노 부서기장에 따르면 일본에서 인터넷을 매개로 한 공유경제 규모는 2014년 233억엔에서 2018년까지 462억엔으로 두 배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 총무성은 사물인터넷·빅테이터·AI 투자가 진행되면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33조엔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현상이 일본 노동력의 이동, 즉 고용적 자영업자를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기타노 부서기장은 “고용안정 확보가 노조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은 변함없지만 신정보기술의 진전이 가져오는 노동력 이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 스킬의 가시화·표준화 체계 마련 △새로운 직업훈련 구조화 △산별노조 운동과 연계한 재고용 정보·관리 운영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노조가 수행해야 할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기타노 부서기장은 “노동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스킬의 가시화와 이와 연계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직업훈련, 사회 전체에 의한 고용을 지키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지탱하는 내셔널센터를 중심으로 산별노조 간 연계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노조는 장시간 노동이나 저임금 노동 등 현재 노동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풀기 위해 신정보기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양질의 노동을 서둘러 실현해야 한다”며 “노동의 미래를 개척하는 것은 신정보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인간의 강한 의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랫폼 경제, 노동관계 모호함 가속"

중국 참가자들은 신정보기술이 고용·노동에 미치는 영향과 중국 노동관계법과 제도를 설명했다. 류샤오첸 중국노동관계학원 노동관계과 교사는 “신정보기술이 노동관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생산·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회사+직원’ 고용구조가 ‘플랫폼+개인’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류샤오첸 교사는 “신형 플랫폼 경제 기업은 인터넷예약 자동차기사 등 대규모 취업집단을 수용했지만 이들 대부분이 ‘비정규’ 상태에 놓이게 만들었다”며 “노동계약을 핵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노동제도를 크게 벗어난 만큼 노동법률이 이러한 노동자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많은 국가가 직면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종사자가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업무 구속성 강도 △경제적 종속성 강도 △노동시간 길이를 감안해 사용자 종속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 공회법에 의해 “임금을 수입 원천으로 삼는” 모든 노동자의 노조 가입·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보다 사용자 종속성이 분명치 않은 노동자들을 노조로 보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류샤오첸 교사는 “노조의 구체적인 기능은 종사자들을 대표해 업계 규칙을 수립하고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향후 중국 노조는 새로운 고용집단에 대해 휴일과 사회보험 적용, 시장가격 결정 등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1회 SAF는 종합토론과 참가 소감, 폐회사로 마무리됐다. 이노우에 사다이코 일본 시마네대 명예교수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유명한 책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으로 인류는 공동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혼란에 대비해 이번 포럼같이 각 나라가 지혜를 축적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해 모두가 사회진보를 이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기 포럼은 서울 코엑스에서 내년 7월23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주제는 ‘일의 미래에 있어서 노동자의 능력강화를 위한 노조의 역할’이다.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회장 김동원 고려대 교수)가 세계대회를 연다.

이승길 교수는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각국의 노동현황과 대응방안, 향후 과제를 살펴볼 수 있었다”며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22차 포럼을 더욱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만들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상자기사] "노동자들 데이터 중심경제 이해하고 대응해야"


중국 샤먼에서 열린 21회 소셜아시아포럼에서는 중국 토종기업으로 화제를 낳고 있는 알리바바 관계자가 기조강연으로 눈길을 끌었다. 알리바바는 시가총액 아시아 1위 기업이다. 최근 미국 아마존을 넘어섰다. 사물인터넷·위치추적 같은 신기술이 적용된 플랫폼 유통산업 선도기업으로 꼽힌다.

하오 지엔빈 알리바바그룹연구소 고용연구센터 주임은 중국 경제의 환경적 변화를 맞아 알리바바가 몇 가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플랫폼 기반 새로운 형태 소비를 39%를 목표로 향상하고 △2만~3만위안 수준의 담보 없는 소액대출 사업을 하며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의 미스매칭을 최소화하는 ‘인터넷 플러스’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엔빈 주임은 “알리바바의 리테일 1만 점포는 각각 그 아래 1천개 이상의 작은 점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3천300만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빠른 속도의 신구 전환이 이뤄진다”고도 했다. 실제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 시가총액 10위 기업 중 7곳이 신규 플랫폼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지엔빈 주임은 “중국 경제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 경제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며 “노동자들도 데이터 중심 경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변화에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인터넷이 활성화한 1995년 이후 출생자들을 ‘디지털 세대’라고 부른다. 고 한다. 그는 이들이 일자리를 구할 때 △업무 방식 유동성이 있는지 따져 보고 △고용주와 상하 관계가 아닌 파트너 관계를 원하며 △회사가 아닌 플랫폼에 모여드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지엔빈 주임은 “기술진보가 새로운 형태의 고용을 낳는데 복수의 일을 겸임하면서도 체력적인 요구는 낮아지는 것이 특징”이라며 “정부 차원의 특화된 교육과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우람  agains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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