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브로드와 KTX 승무원 등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무대에 올라 검은 천을 찢고 나오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이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 12일 대회장이 마련된 서울시청 일대는 전국에서 모인 5만여명의 노동자들과 시민으로 북적였다. 본대회가 열리기 전에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산하 9개 산별·연맹이 서울광장과 역삼동 SPC스퀘어 등 도심 곳곳에서 사전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 노조가 사전결의대회에서 내건 요구는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변화에 대한 기대가 아쉬움과 실망감으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선배가 때리고 괴롭혀도 참아야 해요"

대표적인 곳이 이주노조다. 이주노조는 이날 서울시청 맞은편에 있는 동화면세점 앞에서 결의대회를 했다.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 아다라스(31)씨는 “스톱 크랙다운(탄압을 멈춰라)” “위 원트 레이버 라이츠(우리는 노동권을 원한다)”라고 외쳤다.

“한국에 온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죽거나 자살하고 있어요. 가장 큰 원인은 사업장에서 위험한 일을 시켜도 그 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거예요. 문제가 있는 사업장이 있으면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요. 선배가 때리고 괴롭혀도 참아야만 해요.”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100만 이주노동자 시대를 맞아 강제·장시간 노동 근절, 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귀를 닫은 채 3개월 계절노동자 허가로 사업주 권리만 보장하고 있다”며 “지옥 같은 일터를 바꾸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섰는데,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우리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슷한 시각 전교조(위원장 조창익)는 서울 세종로 열린시민공원 앞에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조창익 위원장을 포함한 간부들이 이날로 12일째 집단 단식농성을 하는 곳이다.

전교조는 정부에 △법외노조 철회 △노동 3권 보장 △교원평가·성과급 폐지를 요구했다. 이어 "정부는 법외노조에 관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고 성과급 폐지 또한 인사혁신처와 협의해야 해서 어렵다고 한다"며 "교육적폐 청산과 모든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도심 곳곳 총파업 결의·산별노조 출범식

금속노조는 서린동 동아일보 본사 앞에서 10기 집행부 출범식을 겸해 사전결의대회를 했다. 하부영 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은 “현장 조합원과 동떨어진 투쟁은 노조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며 “현장 조합원들의 요구를 받들어 위기에 처한 금속노조를 구하고 문재인 정부와의 투쟁으로 산별교섭 법제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취임한 김호규 노조위원장은 “17만 조합원과 대의원 요구를 받아안는 것, 교섭보다는 투쟁을 조직한다는 것 두 가지를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이날 종로구청 한우리홀에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노조 노동자들이 마트산업노조를 출범대회를 열고 노동자대회에 합류했다. 노조는 서비스연맹 산하 소산별로 활동한다.

건설노조는 오후 1시 서울역 앞에서 ‘2017년 건설노조 총파업 투쟁 선포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 △건설노동자 노조할 권리 등 노동기본권 보장 △건설산업 적폐 청산을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