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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전태일노동상, 산별노조 20년 격려이자 더 잘하라는 의미”“조합원들 응원메시지 덕분에 감사한 하루하루 보내”
   
▲ 정기훈 기자

유지현(49·사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에게 2017년은 희비가 교차하는 해다.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난소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9시간 가까이 대수술을 받았다. 현재 병원에서 투병 중이다.

몸을 아끼지 않고 활동했기 때문일까. 노조에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병상에서 노조를 진두지휘하며 1만3천개 일자리 창출·정규직 전환 합의를 이끌어 냈다. 노사정 협의를 통해 95개 의료기관과 신규인력 2천227명을 충원하고 비정규직 1만99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산별교섭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노동계 안팎에 확인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조는 또 25회 전태일노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전태일재단은 13일 오전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리는 47회 전태일 열사 추도식에서 전태일노동상을 시상한다. 재단은 “1998년 출범한 뒤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만들고 의료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 보건의료노조가 2017년 전태일노동상을 수상한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0일 오전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 병실과 노조사무실에서 유지현 위원장을 만났다. 최근 그에게 닥친 시련과 성과, 임기를 마무리하는 소회를 들었다.

하늘색 두건으로 머리를 감싼 유 위원장은 “전태일노동상은 노조운동에서 가장 큰 상인데 5만5천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받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병원에서도 조합원들이 하루에도 몇 건씩 응원메시지를 보내 주는데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웃는 얼굴이었고, 목소리는 밝고 당찼다.

“산별노조로서 공적 역할, 선례 남겼다고 생각”

- 노조가 25회 전태일노동상을 수상한다.

“보건의료노조가 산별노조답게 연대와 평등 정신을 잘 살렸다고 본다. 전태일노동상 기본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임금·노동조건 개선을 넘어 공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산별노조 선례를 남겼다. 올해 보건의료 노사는 1만3천여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산별노조 역할에 정점을 찍은 것 같다.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이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임금을 조금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 줬다. 노조 제안에 병원측이 호응하고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대규모 일자리 늘리기가 가능했다.
노조는 의료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암부터 무상의료 운동’ ‘보호자 없는 병원 만들기 운동’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 해결 운동’을 꾸준히 했다. 2014년에는 박근혜 정부 의료민영화를 막으려고 총파업을 했다. 2007년 산별교섭에서도 정규직 임금인상분의 1.2~1.5%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차별개선에 사용하는 데 합의했다. 당시 비정규직 2천400명을 정규직화했고 비정규직 4천여명의 처우를 개선했다.
전태일노동상 수상은 20년 동안 산별노조로 활동한 보건의료노조에 대한 격려이자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 투병 중에도 노조를 이끌며 성과를 냈다. 현장에서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아프기 전에는 24시간 활동했다. 병원이 24시간 사업장이어서 밤낮 구분이 없었다. 밤에도 현장순회를 하고, 밤샘근무도 했다.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올해 투병을 하다 보니 여러 교섭 현장과 집회에 직접 가지는 못했다.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는 말밖에 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그러다 급하다고 생각될 때 살짝 몸을 움직여(참여해) 봤는데, 다녀와서 아팠다. ‘몸이 안 따라 주는구나’ 생각이 들어 속상했다.”

인터뷰 내내 밝았던 유지현 위원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붉어지는 눈시울을 감추려 되레 크게 웃었다. 유 위원장은 투병 중이었던 올해 8월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보건의료 분야 노사정 공동선언에 참석했다. 노조 간부들은 “유 위원장이 마음먹은 만큼 움직이지 못해 가끔 많이 울었다”고 귀띔했다.

- 8월 행사 뒤에 아팠는데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노동계 만찬에 가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민주노총이 불참을 선언했는데.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지 않나. 아프다고 쭉 병실에만 있을 게 아닌 것 같더라.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다녀올 자리는 다녀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산별교섭 제도화와 사회적 대화에 적극 나서 달라고 요구하려고 했는데 가지 못해 아쉬웠다. 기회가 되면 꼭 이 이야기를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하고 싶다.”

보건의료노조는 1998년 2월 산별노조로 조직을 전환했다. 기업별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한 것은 보건의료노조가 한국에서 처음이다. 산별교섭도 선도적으로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2008년 이후 국립대·사립대병원 사용자들이 산별교섭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산별교섭은 사용자측이 불참해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노조가 산별교섭 제도화를 주장하는 배경이다.

“인력 디딤돌 놨으니 차기 집행부가 성과 내길”

- 임기가 한 달 보름 정도 남았다. 위원장으로서 자신을 평가한다면.

“2012년부터 6년간 두 차례 연이어 위원장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모두 거친 탓에 매년 현안이 있었다. 2012년 영리병원 저지투쟁, 2013년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반대투쟁, 2014년 의료민영화 반대투쟁, 2015년 보건의료체계 개편 요구, 2016년 공공병원 성과연봉제 시행 저지투쟁이 기억에 남는다. 올해는 '일자리 혁명' 활동에 주력했다. 그러던 중 올해 정권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노력한 것들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구체화해야 하는 시기다. 이럴 때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차기 집행부가 잘 이어 나갈 것이다.
반면 인력문제는 아쉬움이 크다. 위원장을 하면서 인력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이 아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한편에서는 6년 동안 보건의료 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딤돌을 놓았다고 생각한다. 큰 틀의 인력정책을 만들었으니, 노조가 이를 구체화시켜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

유지현 위원장은 “이것 좀 보라”며 불쑥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조합원들이 ‘위원장님 사랑해요’ 혹은 ‘위원장님 힘내세요’라고 적혀 있는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는 사진이었다. 유 위원장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 조합원들 생각해서라도 기운 내셔야 할 거 같다.

“조합원들이 문자로 보내 주는 응원메시지, 좋은 기운들, 기도하는 마음들 덕분에 잘 견디고 있다. 응원 덕분에 치료경과가 좋다고 생각한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끼면서 감사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어떤 날은 ‘힘내라’는 문자가 쇄도한다. 그럴 때마다 '얼른 나아서 받은 사랑을 베풀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유 위원장은 “내 생애에 이런 날이 없었다. 이렇게 편안하게 책·영화를 보고 카페에서 멍 때리면서 오래 앉아 있었던 적이 도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혼자 있을 때 힘들어하지 않겠냐”던 노조 간부들의 전언이 귓가를 맴돌았다. 유 위원장은 14일 마지막 단계인 복원수술(장루수술)을 앞두고 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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