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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이 설 곳은 없다
   
▲ 이은호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실장

솔론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네의 정치가다.

당시 아테네는 농경지와 물 부족으로 경제 기반이 붕괴되고 빈부격차가 극심해지는 등 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소수의 부자들은 빚을 진 다수의 시민들을 하인으로 삼았다.

독재관으로 선정된 솔론은 사회 모든 분야에 대한 개혁을 추진했다. 그의 개혁법안 가운데 특이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중립금지법'이었다. "도시에 내란이 일어났을 때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고 중립을 지킨 사람은 시민권을 박탈한다"는 내용이다.

공동체 운명이 걸린 중요한 시기에 자신의 안전만을 위하거나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는 시민은 권리 행사 자격이 없다는 얘기다.

지금으로부터 2천600여년 전의 인물과 법안을 떠올린 이유는 어느 정치인의 발언 때문이다.

지난 7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최근 노동시간단축 단계적 시행과 휴일 연장노동 중복할증 반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언급한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홍영표 위원장은 "(노동계와 경제계의) 중립적 입장에서 합리적인 안을 만드는 것이 환노위원장의 책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중립’은 장시간 노동만큼이나 기운 빠지고 최저임금보다 빈약하다. 이 두 문제는 '중립'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다.

사용자 편향의 잘못된 정책과 행정해석으로 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지금까지 회원국 가운데 장시간 노동국가 선두를 다투고 있다. 임금이 오르면 기업이 문을 닫고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낡고 잘못된 선동으로 인해 그동안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활안정, 노동력의 질적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노동 적폐를 꼽는다면 첫 번째가 장시간 노동과 최저임금이다.

적폐청산에 중립이 설 자리는 없다. 항의방문 당시 한국노총 사무총장의 "여당이 되는 순간 박근혜 정부 때 의원들의 말과 똑같다"는 지적에 홍영표 위원장은 "사람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현재 주장은 과거 자신이 내놓은 노동시간단축 즉시 시행 입법안과 정반대다. 오히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안과 유사하다. 홍 위원장의 발언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다시 2천600년 전으로 돌아가자. 솔론은 “가장 잘 다스려지는 폴리스는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이 피해자와 합심해 가해자를 벌하는 곳”이라고 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겪은 노동시간 양은 반인간적이었다. 최저임금 수준은 비인간적이었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갔음을 설명하기엔 시간과 지면이 아깝다. 그럼에도 그는 또다시 중소·영세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과 이로 인한 임금 권리 주장을 당분간은 참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오바마가 너무도 평범한 대통령이 돼 가고 있다는 사실을 지각해야 한다. 오바마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 하려면 국민적 운동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진보적 역사학자인 하워드 진이 타계 전 마지막으로 쓴 기고문의 내용이다. 그는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노동계의 요구와 주장은 문재인 정부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 하기 위한 목소리다. 만약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원하는 곳이 중간의 자리라면, 나는 차라리 홍영표 위원장이 '가만히 있기'를 바란다. 옛말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하지 않던가.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실장 (labornews@hanmail.net)

이은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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