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정규직 전환비용 100조, 중기에 과한 요구 안돼”>(조선일보 9일자 12면)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을 지낸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과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 최고지도자과정 총동문회 조찬토론회’에서 특강을 했다. 그 내용을 조선일보는 이렇게 제목 달아 보도했다.

제목만 보면 중소기업의 지급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16.4%나 오를 내년도 최저임금이나 정규직 전환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의 참모가 현장에서 발언을 요약한 내용을 받아 보니 이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얘기했더라. 강연은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시작으로 정규직 전환이 좌절된 기간제교사 문제, 최저임금 인상,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IMF 때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경험, 노동시간단축 의제, 노사정위의 역사와 과제 등이 이어졌다.

조선일보가 잡아낸 최저임금 인상과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부분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나는 이 방향은 절대적으로 맞다고 본다. 최저임금도 만 원을 향해 가는 게 맞다고 본다. 대·중소기업 격차도 줄여야 한다. 지난 30년간 어느 정도는 우리 사회가 합의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최저임금이 7천530원이 됐다. 언론도 이 점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아무 대책 없이 최저임금을 인상한 게 아니고, 정부가 4조원 정도 중소·영세 기업을 지원하면서 인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최저임금도 못 주는 상황이라 고민하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조선일보가 발언 중 없는 내용을 불러낸 건 아니다. 하지만 잘린 앞뒤 맥락을 모르는 조선일보 독자는 문 위원장이 지불능력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진 최저임금 인상도, 정규직 전환도 하면 안 된다고 발언한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교묘히 비틀어 쓴 조선일보도 문제지만, 문 위원장은 이렇게 비틀어 쓸 줄 몰랐을까?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좋으니 보도만 해 주면 인지도를 올릴 수 있다고 여기는가? 그가 임명되고 나서 보인 행보를 보면 다분히 그런 정치적 구설수에 오를 만했다.

최근 그를 둘러싼 보도를 볼 때마다 ‘저 사람이 노사정위 위원장인지, 환노위 국회의원인지’ 구분이 안 갈 때가 많다. 입보다는 행동으로 보여 달라.

지난 6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주사파 발언으로 뉴스의 초점이 됐던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감장에서 책상 위에 줄을 쳐 가며 열공한 흔적이 가득한 조선일보·월간조선 복사물이 가득했다. 다른 의원 질문시간에도 줄 치고 외우고 바빴다. 박근혜 정부 시절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몇몇 토론회에서도 그녀는 바빴다. 주로 명망 있는 첫 발제자 다음에 보조발제자로 나왔지만, 끊임없이 메모하고 밑줄 치며 열공하더라.

그녀의 말은 다음날 아침 수구언론이 그럴듯하게 의도된 기사로 포장해 줬다. 그러면 낮에는 수구정치인이 이것을 재포장해 국회에서 소리를 내질렀다. 이렇게 되면 그날 저녁 지상파는 마치 큰 일이라도 난 듯 주요뉴스로 다뤄 주고, 다음날 아침 신문과 라디오엔 확정된 전문가로 그녀가 등장했다.

전형적인 언론과 정치의 음모적 공생관계다. 언제까지 이런 쳇바퀴를 돌 텐가.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