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응을 왜 그리 못하노? 내가 그랬잖아요, 부탁을 드린다고 처음에. 무조건 안 된다고 하고 말이야. 사람이 만나서 얘기한다는데도 오지 말라고 하고. 그렇게 하면 잘 풀릴 수도 있는 얘기잖아. 일을 자꾸 키워서 내 깡다구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보복성 기사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숨진 고 손진기 공공연구노조 패션산업연구원지부 조합원과 K매체 김아무개 기자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패션산업연구원 고 손진기 노동자 사망 관련 진상규명대책위원회와 유족은 9일 오전 김 기자를 대구지검에 고소하고 이 같은 증거자료를 공개했다. 대책위는 “펜을 든 살인자를 고발한다”며 “고 손진기 조합원과 함께 근무하고 일했던 직원과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김 기자의 강요와 압박 때문에 고인이 굉장히 힘들어했다는 다수의 확인서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K매체 김아무개 기자는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 대관업무를 하던 손씨에게 대관 청탁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손씨를 비방하는 기사를 두 차례 작성했다.

유족과 대책위는 고소장에서 “김 기자는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피해자를 협박해 할 의무가 없는 일을 하도록 하고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보도를 일삼았다”며 “엄벌에 처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책위는 “김 기자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진정으로 뉘우치고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하기를 기대했다”며 “김 기자는 K매체에서 사직했을 뿐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매체는 이달 3일 부고 기사를 통해 “본지는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며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본지 기자의 위법사실이 밝혀질 경우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기자는 5일 K매체에서 사직처리됐다.

대책위는 검찰에 김 기자 구속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고인의 원혼을 달래고 명예를 회복하는 최소한의 방안”이라며 “비뚤어진 언론권력에 의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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