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 노동자인 대리운전기사들이 꾸린 대리운전노조(위원장 양주석) 조직형태 변경신고를 반려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노조가 노동부 처분에 항의하며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발생한 노동사건 중 처음으로 국제문제로 비화하는 사례가 된다.

9일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에 따르면 대리운전노조는 조직형태 변경신고 반려 사건을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제소가 들어오면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절차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노조 조직형태 변경신고 반려에 대한 한국 정부 입장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부는 이달 3일 지역노조에서 전국노조로 조합원 가입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대리운전노조의 조직형태 변경신고를 반려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변경신고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런데 반려 이전에 노동부는 여러 업체에서 업무지시를 받는 대리기사를 제외하고 이른바 전속성이 높고 사용자가 뚜렷한 기사들을 주축으로 조합원을 구성할 것을 노조에 타진했다. 노조가 이를 거부하자 변경신고 반려가 이뤄졌다. 비슷한 시기에 설립신고를 한 택배연대노조는 인정하고 대리운전노조는 불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조 설립신고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고, 결과적으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한 노동부의 이번 결정은 ILO 노동기준에 배치된다. ILO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맺은 계약 형식이 아니라 그 실질을 기준으로 노동자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사용자로부터 업무·지시를 받는 특수고용직을 노동자로 본다.

민주노총과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만든 노조의 조직형태 변경신고를 반려한 노동부 결정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대리운전기사들이 스스로 권익을 쟁취해 나가도록 노동부는 반려를 철회하고 노조를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달 23일부터 18일째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양주석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의 권유를 수용해 단식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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