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에 불법파견 인력을 공급했던 협력업체들이 제빵노동자들을 개별 접촉해 원청 직접고용 포기 각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빵노동자들을 한곳에 몰아넣고 "원청에 직접고용되면 계약직이 되거나 업무가 재배치된다"고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노동부에서 직접고용 명령을 받은 파리바게뜨측은 최근 법원에 시정지시 효력중지 가처분과 소송을 제기했다. 이달 9일까지였던 시정지시 이행기간이 이달 말로 연기됐다. 회사는 "시간부족"을 이유로 들었지만 제빵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합작회사 몰이' 나선 불법파견 업체들

8일 화섬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파리바게뜨측이 지역별로 ‘상생기업 설명회’를 열고 있다. 노조는 파리바게뜨에 인력을 공급하는 11개 협력업체 중 3곳이 설명회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회사가 말하는 '상생기업'은 파리바게뜨·가맹점·협력업체 3자가 출자해 만드는 합작회사를 뜻한다. 노동계는 합작회사가 업무지시와 지휘·감독을 중첩시켜 제빵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제빵노동자 업무가 끝나는 저녁에 지역별로 불러 모아 집합교육을 하고 있다. 허위사실 유포와 강압을 통해 제빵노동자들에게 합작회사를 입사를 강요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노조는 이날 설명회 현장을 담은 녹취록을 공개했다. 협력업체 A사 관리자는 설명회에서 “직접고용을 하더라도 파견법 위반”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직접고용을 하면 불법파견 모순에 빠진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B사 대표는 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지시에 대해 “비상식적이고 무리한 결정”이라며 “정부의 고집스런 정책 때문”이라고 힐난했다.

설명회에선 “개인 동의 안 되면 물류나 공장 다른 곳으로 가고, 업무를 재배치할 것”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파리바게뜨가 직접고용한 제빵노동자를 가리켜 한 말이다. 파리바게뜨는 직영점에서 일하는 일부 제빵노동자들은 직접고용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합작회사 입사를 거부하고 결과적으로 원청에 직접고용이 되더라도 빵 만드는 일을 더 이상 못하게 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파리크라상에 고용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협력업체들은 제빵노동자들을 개별 접촉해 직접고용 포기를 종용하는 확인서까지 받고 있었다. 노조는 이날 협력회사가 제빵노동자들에게 서명을 요구한 '확인서'<사진 참조>를 공개했다.

이름과 생년·소속을 쓰고 "본인은 다음의 이유로 ㈜파리크라상에 고용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는 문구 아래 △상생회사 근무 △현 소속 회사 계속근무 △퇴사 △기타 중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임영국 노조 사무처장은 “조합원들은 확인서에 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비조합원들은 회사 관리자 위계에 의한 강압에 못 이겨 여럿이 서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노조는 파리바게뜨에 원청 직접고용을 통한 노동부 시정지시 이행을 촉구했다. 노동부에는 현장 실태점검을 요구했다. <매일노동뉴스>가 파리바게뜨 입장을 듣기 위해 회사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노조는 "협력업체가 '원청에 직접고용되면 계약직이 된다'는 사실과 다른 말로 제빵노동자들을 합작회사에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며 "노동부 현장점검과 근로감독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확인서 작성에 강압이 있었다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명시된 '명확한 직접고용 반대의사 표시'가 아닌 것으로 간주돼 효력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며 “노동계 요구는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뒤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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