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1. 간접고용은 고용과 사용의 분리를 본질로 하고 이는 권한과 책임의 분리로 이어진다. 권한을 행사해 이익은 취하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부도덕한 고용형태다. 자본주의 태동 이후 노동법 생성·발전의 역사는 중간착취가 발 디딜 틈을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이러한 점에서 간접고용은 근대 노동법의 대원칙에도 반하는 위법한 고용형태다. 그러나 간접고용은 다른 비정규직 고용형태와 마찬가지로 덜 규제되고, 더 악랄해지고 있다.

간접고용의 핵심적 문제는 고용불안이다. 형식상 근로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영세하거나 원청의 하청에 대한 계약해지가 발생하면 덩달아 하청 소속 노동자 지위도 박탈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단결을 통해 열악한 상황을 극복해야 하지만 현재의 법령과 법해석은 자본의 부도덕하고 위법적인 행태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간접고용 노동자에게는 고용불안과 노동조건을 극복할 중요한 수단인 노동 3권 또한 부재하다. 이런 점에서 노동법은 타락했다.

2. 현재 노조법의 사용자 정의규정은 과거 일면적 계약관계를 중심에 두고 규정돼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사용자 개념이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돼 있다. 특히 현행 노동법의 사용자 정의규정은 정의라기보다 사용자로 포섭되는 유형의 집합에 불과해 온전한 정의규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와 같은 노조법 규정은 현재의 다면적 계약관계를 본질로 하는 간접고용에 대한 규범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3. 간접고용에 대한 법해석론 한계도 명확하다. 판례는 간접고용 문제에 대해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론, 도급과 근로자파견의 구별기준, 실질적 지배력설 등을 제시했다. 간접고용 사건에 대한 것은 아니지만 간접고용에서 원용이 가능한 공동사업주 법리도 일부 하급심에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묵시적 근로관계론은 엄격한 요건하에서 직접적 근로관계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간접고용 자체에 대한 규율 법리로 한계가 있고, 도급과 파견의 구별기준도 종국에 파견법 적용 가능성에 관한 법리라는 한계가 있다. 실질적 지배력설은 현재 판례가 집단법상 모든 분야에서 이 법리가 적용되는지 반드시 명확치 않고, 그 요건 또한 엄격한 편이다. 마지막으로 공동사업주 법리가 개별법 이외 집단법에서 간접고용에 대한 규율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으나 아직은 적용범위와 요건·효과 등에 있어 불투명한 상황이고 대법원에서 확립된 법리도 아니다. 위와 같은 사정을 모두 고려하면 간접고용 문제를 실효적으로 규율하기 위해 노조법상 사용자 정의규정 개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4. 노조법 2조의 개정방향과 관련해 여러 논의가 있으나 기존 법해석의 한계를 극복하고, 간접고용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탈법적 행태를 실효적으로 규율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판례에서 제시된 실질적 지배력설을 간접적이고 포괄적으로, 상당한 지휘·감독까지도 사용자책임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해 법개정이 이뤄져야 의미가 있다.

5.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공동사용자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정책과 입법으로 어떻게 제시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미국에서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가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묻기 위해 제시한 ‘공동사용자 이론’이 최근에는 브라우닝 페리스 사건에서 원청 사용자의 탈법적 행태를 실효적으로 규율하기 위해 더욱 완화된 요건으로 규범력을 확장해 가고 있고, 최저임금과 연장수당 등에서 사용자 공동책임을 이미 법(공정노동기준법)으로 규정한 ‘공동고용원리’가 확립된 미국 상황을 모두 고려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관련 법안도 국회에 이미 발의돼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법조계, 시민·사회계에서도 지속적으로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당연한 것이지만 위 법 개정이 모든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해결의 중요하고 핵심적인 계기인 노조를 통한 집단대응 여지가 확대되고, 조직화 등을 위한 여러 방편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위 법 개정은 책임이 있는 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당연한 조치에 불과하므로 머뭇거릴 이유도 없다. 특히 산적한 노동현안 중에서도 스스로의 문제해결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인 노조법 2조 개정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역량을 집중하고 끈질기게 천착해 ‘노동존중’을 표방하고 관련 공약까지 제시한 문재인 정부에서 반드시 법 개정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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