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 이어 현대모비스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노동자가 승소했다. 현대모비스 상여금은 통상임금이고 노동자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위반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2일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42부(재판장 김한성)는 현대모비스 퇴직노동자 17명이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재직 중 받지 못한 임금과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초래 안 된다”

원고 2명은 2012년 12월, 나머지 원고 15명은 2013년 12월 퇴직했다. 원고들은 재직 중 피고 현대모비스로부터 상여금을 제외한 기본급과 통상수당을 기초로 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 임금을 지급받았다. 이에 원고들은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며 2014년 2월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재판에서 사측은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과거 소급분 임금청구는 신의칙 위반일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한 것을 근거로 "통상임금 청구는 신의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현대모비스 경영상태로 볼 때 통상임금 청구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된다고 볼 수 없다”며 “신의칙 위반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우발채무액 부담액이 2015년 말까지 전체 근로자에 3천198억원,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4천790억원으로 "피고가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현대모비스가 2011~2015년 매년 지속적으로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거둬 매년 9조~16조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했고, 부채비율도 낮아지는 등 재정·경영상태와 매출실적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우발채무액을 모두 부담한다고 해도 재무안정성 지표가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판부는 특히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인정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 피고는 원고들의 과거 과외근로로 생산한 이득을 이미 향유하고 있다”며 “원고들의 청구가 정의와 형평 관념에 위배되는 정도가 중하고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수준에 이르러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휴무 토요일이라도 휴일, 휴일근로수당 지급해야”

재판부는 이와 함께 토요일을 휴일로 인정하고,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봤다. 사측은 단체협약에서 토요일을 휴일이 아닌 ‘휴무하는 날’로 규정한 것을 근거로 "토요일은 휴무일이므로 노동자들의 휴일근로수당 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휴무하는 토요일의 근로는 휴일근로이므로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1일 8시간 근무할 때 전·후반에 각 10분에서 30분간의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이라고 판결했다. 다만 원고들이 주 40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에 관해 휴일근로수당 외에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한 것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휴일근로 가산수당 중첩지급과 관련해서는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고, 대법원이 이에 대한 판결을 예정하고 있는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판결은 올해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1부(부장판사 권혁중)가 기아자동차 노동자 2만7천여명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제기한 차액 반환소송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노동자가 또다시 승소한 사건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기아차 사측은 영업이익 감소와 완성차공장 해외이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인정되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 과거의 연장·야간·휴일근로로 생산한 부분의 이득은 이미 회사가 향유했다”며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김기덕 변호사는 “회사의 구체적인 경영상태를 고려해 신의칙 위반 여부를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인 사업장들의 통상임금 소송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많은 사업장에서 휴무일을 휴일로 인정하지 않는 현실에서 휴무일을 휴일로 인정하고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판단한 점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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