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KBS를 활용해 국내 정치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고대영 KBS 사장이 국장 시절 국정원 정보관한테 200만원을 받고 협조했다는 문건도 실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언론노조 KBS본부는 2009년 1월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태국으로 외유성 골프여행을 떠난 사실을 KBS가 같은달 10~11일 이틀에 걸쳐 보도한 것이 국정원과 KBS 공모에 의한 보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당시 해당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한 방콕특파원 김아무개씨는 KBS본부에 “고대영 당시 국장이 주말에 직접 내게 전화해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방콕의 특정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으니까 취재해서 리포트를 제작하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고대영 당시 국장은 부장이나 데스크에 보고하지 말고 국장인 자신에게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례적으로 의원들 이름과 비행편명, 이들이 라운딩하는 골프장 이름까지 정확하게 일러 줬다”고 말했다.

KBS본부는 “임시국회 회기 중에 외유성 골프를 즐긴 국회의원을 고발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지만 취재가 국정원의 은밀한 제보에서 출발된 것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며 “국정원이 야당 의원을 사찰했고, 국정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KBS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KBS보도의 총괄책임자가 국정원 공작에 적극 부역했다는 의혹이 든다”며 “200만원 수수의혹과 함께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본부는 이날 고대영 사장이 2009년 국장 시절 국정원 정보관에게 비보도 대가로 200만원을 받았다는 수수설의 실체를 공개했다. KBS본부가 확인한 국정원 문건 ‘KBS 보도국장 안보 현안 관련 보도 협조’에는 △안보 관련 KBS 기자 취재 분위기 파악 △남북관계·국익 저해 보도 자제 △국정운영 지원 보도 △소요예산 200만원 5월8일 전달 등이 적시돼 있다.

KBS본부는 “국정원이 KBS 보도국장에게 기자 사찰을 부탁한 것”이라며 “KBS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이 실제로 진행됐고, 그 중심에 고대영 당시 보도국장이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KBS본부는 “국정원 KBS담당관이던 이아무개 전 팀장이 보고서에 고대영 당시 국장을 ‘월 1~2회 만난다’고 적시한 내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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