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지대병원은 지난해 직원들에게 노조활동 여부 등을 묻는 설문지를 돌렸다. <보건의료노조 을지대병원지부>
노동자 파업이 25일로 16일째 이어지는 을지대병원에서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노조가입을 방해하거나 파업 참가를 제한했다는 주장이다. 근로계약서 미작성하고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을지대병원지부(대전)·을지대을지병원지부(서울)는 이날 오전 대전 을지대병원과 서울 을지대을지병원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주 진행한 설문조사에 조합원 570명이 참여했다.

◇“노조 가입하면 승진 안 될 수도”=노조에 따르면 을지대병원은 지난해 1월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실태조사’를 실시한다며 설문지를 돌렸다. 설문지에는 ‘노조원 중 누가·언제·어디서 (노조 가입) 권유 활동을 했는지’ 혹은 ‘가입원서 작성은 노조원의 독촉에 따라 작성됐는지’를 노골적으로 묻는 질문이 적혀 있었다. 조합원 이아무개씨는 “당시 직원들이 작성하는 것을 팀장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설문지를 안 낼 수가 없었다”며 “팀장급이 이런 설문조사를 하니까 마치 노조를 하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졌고, 실제로 그 시기에 많이 힘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2015년 노조가 생긴 뒤 병원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조합원이 늘어나니까 꼬투리를 잡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 사건으로 을지대병원은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다.

노동자들은 최근에도 병원의 부당노동행위가 끊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파업을 앞두고) 파트장님이 고기를 사 주면서 파업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거나 “팀장님이 식권을 10장 줄 테니 파업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노조는 "팀장 혹은 파트장이 '조합원은 배신자다''승진에서 조합원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노조에 가입하면 정규직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협박했다는 증언을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비일비재”=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도 나왔다. 노조는 근로계약서·연봉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신규직원 교육시간에 병원이 알려준 연봉과 실제 받는 연봉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간호사 장아무개씨는 “2010년 입사했을 때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연봉계약서는 두 번밖에 작성하지 않았다”며 “근로계약서나 연봉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는 줄로 알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환자수가 적다는 이유로 갑자기 '오프'(출근취소·개인휴무)를 통보받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장씨는 “오후 출근이 예정돼 있는데 오전에 갑자기 연락해 환자가 적다면서 오프 혹은 연차사용을 통보하기도 한다”며 “이런 식으로 근무를 갑자기 바꾸면 개인 일정이 모두 엉망이 되지만 불만을 얘기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을지대병원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과 관련해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말만 남겼다. 을지대을지병원 관계자는 “노조가 주장하는 사례가 실제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을지대병원 노사는 올해 7월부터 임금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 10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임금총액을 7.4% 인상해 다른 사립대병원과의 격차를 해소하자고 요구했다. 을지대병원 노사는 24일 충남지노위에서 2차 사후조정회의까지 열었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들은 26일 3차 사후조정회의를 한다. 을지병원 노사는 27일 서울지노위에서 1차 사후조정회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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