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16개월째다. 한국은행이 박근혜 정부 부동산 부양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춘 뒤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19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1.5%에서 0.25%포인트 내린 뒤 16개월째 동결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이후 세 차례 금융통화위에서 연거푸 동결 결정을 내렸다. 한국은행은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과 북한리스크 등이 진정되지 않아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에 풀린 돈은 주로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든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시점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실물경기 활성화 효과를 내지 못하고 부동산 시장에 맴돌면서 거품을 키운 배경이다. 빚내서 집을 사라는 정부의 잘못된 시그널에 가계부채도 급증했다. 한국은행의 이날 결정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늘어난 가계부채 상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준금리를 현 상태로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독립성을 갖고 통화정책을 펼쳐야 하는데도 지난 박근혜 정권 정책에 따라 계획 없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며 "너무 낮춰 놓은 탓에 미국에 대한 통화정책 종속성이 심화했다"고 비판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완화(저금리 기조) 정도를 줄여 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 가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수정했다. 종전보다 0.2%포인트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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