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다음주 공정거래위 직원에게 퇴직자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정거래위 전·현직 직원과의 유착을 끊지 않으면 공정거래위 혁신이 어렵다는 잇단 지적에 이같이 약속했다.

“퇴직자와 유착관계 반드시 끊어 내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거래위는 신뢰 제고를 위해 퇴직자와의 유착을 끊겠다고 했지만 실제 한국공정경쟁연합회는 공정거래위 직원과 퇴직자·로펌·대기업 관계자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가 11주 과정의 전문연구과정에서 국내외 워크숍과 조별 편성을 통해 이들이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퇴직 2년4개월 만에 퀄컴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 고문에 채용됐다”며 “퀄컴과의 소송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각별히 조심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노 전 위원장의 퀄컴측 소송대리인 참여는 큰 충격”이라며 “이를 테면 우리나라 통상교섭본부장이 ISD소송에서 미국측 이익대변인 역할을 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공정거래위에서 밑바닥부터 일해 온 직원이 외압으로부터 차단되게 하고 10~20년 오래 일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6개 대형로펌 변호사 중 공정거래위 출신이 가장 많고 김 위원장은 교수 시절 이들을 로비스트라고 평가했다”며 “김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공직 기강이 전혀 개선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취임식에서 직원이 퇴직자와 만날 때 기록을 남기라고 했지만 한 건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삼성과 김앤장에 휘둘린 공정거래위

삼성전자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공정거래위를 가장 많이 방문한 대기업과 로펌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직원들에게 대기업과 로펌 관계자들을 접촉하지 말라고 했다”며 “최근 5년간 공정거래위 출입관리 기록을 보니 삼성전자가 618회, 김앤장이 3천168회로 가장 많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박찬대 의원에 따르면 대기업 중에서는 현대자동차(211회)·SK텔레콤(200회)·롯데마트(148회)의 공정거래위 방문이 잦았다. 로펌에서는 세종 856회, 광장 720회, 태평양 701회 순이었다. 박 의원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하는 중소기업은 사무관 하나 만나기도 힘든데 대기업과 로펌(방문)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공정거래위가 을들의 눈물에 가깝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은 “공정거래위는 성신양회와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이 고의로 은폐·누락한 자료를 근거로 과징금을 감경했다가 잘못 감액된 과징금을 취소한 바 있다”며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위 직원이 김앤장 변호사에게 과징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자료 제출을 조언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의 퇴직자와 로펌 유착 지적은 뼈아프다”며 “다음주에 발표할 대책에 이에 대한 개선 노력이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위 퇴직자의 영향력 행사를 우려해 지난달 29일 국민 신뢰회복을 위한 개혁안을 확정·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추가적으로 외부인과의 접촉에서 위험요소를 해소하는 더 진전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시스템을 개혁하고 직원의 기강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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