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영정을 두고 시위를 한 시민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경찰의 행위가 적법치 못한 직무집행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8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박미리)는 최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홍아무개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경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지난해 3월 금속노조 유성기업아산지회 소속 고 한광호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시도와 가학적인 노무관리가 사건 원인으로 지목됐다.

유성기업 노동자 살리기 공동대책위원회는 같은달 23일 서울광장에서 추모집회를 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추위를 막기 위해 바닥에 깐 비닐·침낭 등을 빼앗아 갔다. 노동자·시민들과 몸싸움이 벌어져 홍씨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다쳤다.

홍씨 등은 경찰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지난해 8월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경찰은 항소했다. 2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옥외집회를 헌법 보호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시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피고 소속 경찰의 압수 행위가 중대한 장해 상황에서 이를 제거하기 위한 절박한 실력행사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경찰이 농성 현장에서 참가자들의 침낭과 깔판 등을 수거하고 그 과정에서 최씨 등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즉시강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범위를 명백히 넘어서는 행위”라며 “적법한 경찰권 행사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이 기한 내에 상고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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