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지난 10일. 또 한 번의 비보가 있었다. 타워크레인 설·해체 노동자(한국노총 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5명이 사고를 당했다. 의정부시 녹양동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높이를 조정하던 중 균형을 잃은 타워크레인이 꼬꾸라졌다. 현장에서 2명이 병원에서 1명이 목숨을 잃었고, 나머지 2명도 중상을 입었다. 지면을 빌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더 이상은 이와 같은 야만적인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않아야 한다).

“타워크레인 자체 결함도 의심되지만 건설업체와 노동자의 안전조치 미흡이 직접적인 사고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사고가 날 때마다 들어 왔던 익숙한 요지다. 조금 다르다면 이번에는 수사기관이 원청과 협력업체를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사고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고 책임자 처벌을 기대한다.

고층의 구조물을 짓는 데 있어 타워크레인은 필수다. 타워크레인 숫자가 그 지역의 개발 정도를 확인하는 간접적인 자료가 되기도 한다. 우리 주위에는 여전히 셀 수 없을 만큼 타워가 세워졌다가 해체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많은 건물을 짓고서도 뭐가 또 있어 그리 세울 것이 많은지. 그리고 수십여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마다 크레인을 운전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처한 심각한 위험은 통계가 잘 말해 준다. 올해만 하더라도 200여건의 크고 작은 사고에, 12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200여명이 다쳤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30~40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한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사망자만 무려 200명(이동식 타워크레인 관련 사고를 포함해)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주위 여타 노동현장에서 보듯 타워크레인 작업현장에서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참으로 위태롭다.

일반인들은 이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함을 느낀다. 수백미터 높이에 이르니 아무리 잘 만들어졌더라도 넘어질 가능성은 늘 있는 것이다. 작업환경은 어떤가. “식사는 최대한 하지 않습니다. 화장실을 가려면 한참을 내려와야 하는데, 여의치 않거든요.” 차마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을 그들은 참고 또 참는다. 산업재해 피해자가 아니라 때로는 가해자로 몰리기도 한다. 10년이 더 된 기억이지만 타워크레인 낙하물이 행인을 덮치는 사고가 있었다. 앞뒤 살펴보지 않고 작업자들에게 1차적인 책임을 묻는 데 익숙하다.

언제까지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을 버려둘 것인가. 바뀔 때가 되고도 남지 않았나. 다행히 이번 사고를 대하는 고용노동부의 의지는 달라 보인다. 장관이 현장을 찾아 고인을 조문하고 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20년 이상 된 노후 타워크레인의 비파괴검사 의무화와 사망사고발생시 임대사업자 영업정지는 물론 사고를 낸 설·해체노동자 자격을 취소하고 원청에 타워크레인 작업 전반에 대한 책임까지 지우겠다고 한다. 약속이 제대로 집행되길 희망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 “노동부가 잘 모르고 있는데 아직까지 타워크레인 설·해체 자격증 제도는 없습니다. 빨리 만들어야지요.” 이상원 한비연 의장의 말이다. 특히 그는 설·해체 노동자에게 곧장 책임을 묻는 방식의 탁상행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타워크레인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하고 수리가 필요하다고 한들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노후장비에 대한 작업거부권조차 인정되지 않는데, 그저 보이는 것에 따라 책임을 묻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 의견을 물은 후 정밀한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사전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직접적인 조치는 현장에 투입될 타워크레인 점검이다. “해체된 타워크레인에 대한 제대로 된 점검과 정비만 하더라도 이러한 사고는 막을 수 있다”고 유상덕 타워크레인노조 위원장은 조언한다. 안전 점검을 필한 타워크레인만 설치하도록 제도화하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건설현장의 문제점이 그러하듯 “괜찮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며 타워크레인 작업을 소개한다. 그러나 정확한 이해는 아니다. 1년 내내 고정적이고 정기적으로 타워크레인에 오를 수 있다는 전제에서나 가능하다. 필자의 경험으로 이들은 1년 중 10개월 이상 일하기가 쉽지 않다. 한 일에 비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 간의 불균형도 큰 원인일 게다. 그중에서도 불필요한 중층적인 원·하청 관계가 현장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앗아 간 결과가 아닌지도 이참에 확인해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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