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최근 서울시 서북병원 병실에서 일하던 한 공무직 노동자가 결핵으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뒤 숨을 거뒀지만, 서울시가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시가 ‘노동존중’을 정책방향으로 내세웠지만, 서울시 산하 사업소·공공기관 내 비정규 노동자들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일반노조는 18일 정오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서북병원은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결핵전문병원으로 서울시 산하 병원 중 최고 위험기관(특수지 갑지)으로 분류된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전염병 위험에 노출돼 근무여건이 다른 병원에 비해 매우 취약한 상태다.

실제로 서북병원 병실에서 청소업무를 하던 한 공무직이 결핵으로 산재판정을 받은 뒤 올해 1월 숨을 거두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사건 발생 뒤에도 병원의 환경개선 노력은 미흡하다”고 호소했다. 김종욱 노조 서울시공무직분회장은 “서울시 관계자와 만나 몇 차례 환경개선을 요구했지만 형식적으로 흉내만 냈을 뿐 실질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며 “서울시는 전문가에게 맡겨 심층 역학조사를 하고 이에 따른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북병원 관계자는 “공무직에게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흉부방사선 검사·잠복 결핵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노동자가 숨진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는 일부 휴게실을 넓히고, 노동자를 대상으로 면담도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공무직들은 특수지·위험수당 지급을 요구했다. 이곳 공무원들은 지방공무원 임금지급 규정에 따라 특수지 수당 5만원을 매달 지급받고 있지만 공무직은 제외되고 있다.

김종욱 분회장은 “청소·시설관리·녹지관리 업무를 하는 공무직들은 현장 최일선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위험 환경에 노출되고 있는데도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위험수당을 받지 못한다”며 “동일 사업장에서 일하는데 공무직만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김 분회장은 “임금협약이나 지침을 통해서 공무직에게도 위험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밖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대공원이 노조 활동을 하던 공무직을 올해 9월 부당하게 인사조치를 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주장도 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약직 노동자를 공무직으로 전환할 때 상황에 따라 업무 변경을 할 수 있다는 동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항의서한을 서울시에 전달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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