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사용자가 어떤 노동자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고 어떤 노동자는 가입할 수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다툴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헌법은 33조1항에서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기본권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노조법에 의하면 노동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있고(5조), 노동조합의 조합원 범위는 그 규약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정해지며(11조), 만약 사용자가 노동자의 노동조합 조직이나 가입에 간섭할 경우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81조·90조). 그러므로 애초에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에 대해 간섭할 수 없고, 간섭해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다투기 위해 법률적인 공세를 취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기왕에는 가처분신청으로 노동조합 활동 금지를 구하거나, 행정소송으로 노동조합의 설립신고증 교부 취소를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사용자가 특정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가지지 않음을 직접적으로 확인해 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름부터 생소한 ‘조합원지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문제의 사용자는 당황스럽게도, 노동조합의 핵심 조합원으로서 가장 열성적으로 조합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 다만 그 사내 직급이 높은 편이므로 노조법 2조4호단서가목에 의해 노동조합 가입이 제한되는 ‘사용자 또는 그 이익 대표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노동조합 조합원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황한 것은, 위의 노조법 규정은 사용자가 어용노동조합을 설립해 자주적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혹은 기존의 자주적 노동조합에 사용자 또는 그 이익 대표자를 가입시켜 어용화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호하려는 취지의 규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조법은 만약 사용자 또는 그 이익 대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는 경우에도, 다만 행정관청으로 하여금 설립신고서를 반려하거나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통보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설립신고를 하지 않은) 이른바 ‘법외 노조’ 또는 ‘헌법상 노조’로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나 노동쟁의 조정신청 등 노조법이 제공하는 행정적인 보호를 향유할 수 없게 될 뿐이지, 곧바로 그 단결체로서의 실체가 부정되거나 해당 노동자들이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용자가 이처럼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을 근거로 해서, 그리고 노동조합 조합원의 자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없는 규정을 근거로 해서, 특정 노동자들의 조합원 자격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려는 것은, 아무리 봐도 확인의 소의 적법요건인 ‘확인의 이익’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사용자는 이러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노동조합 및 조합원들의 활동을 크게 방해하고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로서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물론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세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자신에게 더 불리하게 된다고 여기기 마련이고, 어떤 노동자가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이면 적극적일수록 자신에게 더 큰 불이익을 가져다주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인 노동자를 노동조합에서 배제시키고픈 욕망에 현혹될 만하다. 그러나 욕망이 자연스럽다고 해서 그 실현 시도가 언제나 정당한 것은 아니다.

노동 3권은 사용자에 비해 상대적 약자 지위에 있는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단결함으로써, 조금이나마 대등한 위치에서 사용자와 (단체)교섭하고 (단체)행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여된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욕망의 실현이란 노동자들의 자주적 단결권을 형해화해 노동 3권 전부의 기초를 허물 수 있으므로 허용될 수 없음이 마땅하다. 입법자 혹은 법원은 사용자가 어떠한 방법으로든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에 관여할 수 없음을 하루빨리 그리고 명백히 선언해 줄 필요가 있다. 그들이 금지된 욕망에 휘둘려 사도(邪道)에 들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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