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세금·과징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차명재산을 찾아간 배경에 국세청과 금융위원회의 봐주기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차명재산 실체와 재산찾기 과정에서 보여 준 금융·과세당국의 재벌 감싸기 진상을 국회 국정조사에서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참여연대는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과세당국이 이건희 회장의 금융실명제 농단과 조세포탈에 면죄부를 줬다"며 "국회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용진 의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 수사 과정에서 이 회장 차명재산이 확인됐는데도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았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에 의하면 차명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할 때 과징금과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 한다.

박 의원은 "과세당국이 원칙대로 상속세를 부과했더라면 2조원이 넘는 돈을 징수할 수 있었는데도 국세청은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았다"며 "금융위가 차명계좌를 불법이 아닌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이 회장이 실명전환 없이 재산을 찾아갈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 회장의 금융실명제 농단과 조세포탈에 면죄부를 준 금융·과세당국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정조사를 실시하자는 제안이다.

금융노조도 성명을 내고 "정권이 바뀌었어도 자본과 재벌을 상전으로 모시는 금융위의 구태는 그대로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정부는 누락된 세금과 과징금을 징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