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정규직 전환 결정 전까지 근로계약을 연장하라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기간제 노동자들을 무더기로 계약해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산하 47개 공공기관 계약만료 퇴직자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16개 공공기관에서 기간제 노동자 215명의 계약이 해지됐다. 국립농업과학원을 비롯한 농촌진흥청 산하기관들은 기간제 노동자 132명의 계약을 해지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25명,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서 18명,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3명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정부가 올해 7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과 배치된다. 가이드라인에는 "기관에 전환심의위원회가 설치되기 전이거나 주무부처에서 특정직종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 등은 일정기간 계약연장을 통해 해당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발생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고용노동부가 8월 각 부처에 내려보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계약기간 만료 도래자에 대한 조치요령’에는 "계약만료 기간제 근로자의 근무기간이 정규직 전환요건인 2년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2년 범위 내에서 계약기간을 잠정연장하고, 이후 전환심의위원회 최종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215명 중 대다수가 10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거나 1년 계약직인 점을 감안하면 조치요령도 힘을 쓰지 못한 것이다.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만료에 대비해 대체자 신규채용 절차를 진행 중인 경우에는 채용절차를 일시 중지해야 한다"는 조치요령 내용도 지켜지지 않았다. 농촌진흥청은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하면서 계약기간을 9개월로 제시했다. 통상 10개월이던 계약기간을 1개월 줄인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정규직 전환 대상인 상시·지속적 업무 판단기준을 ‘9개월 이상 계속되는 업무’로 명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현권 의원은 “공공기관의 이런 행태는 문재인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정규직 전환 정책을 무력화한다”며 “공공기관은 비정규직을 포함한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강화하고 정부정책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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