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그동안 FTA로 한국보다 미국이 더 많은 혜택을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개정 범위를 축소하거나 FTA 폐기까지 염두에 두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재협상 과정에서 양국의 줄다리기가 팽팽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받아 12일 공개한 '한-미 간 상호 투자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2011년 이후 내국인 자본이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764억달러인 반면 미국 자본이 국내에 투자한 금액은 249억달러에 불과했다. 한국이 60조원 가까이 더 투자한 셈이다.

상대국에 대한 연간 평균 투자금액도 세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한국의 연평균 대미 투자금액은 110억달러에 달했지만, 미국의 연평균 국내 자본 투자금액은 35억달러에 그쳤다. 대미 경상수지는 2011년 197억7천달러에서 2014년 409억9천달러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311억5천달러로 줄었다. 지난해 상품수지는 434억1천달러 흑자를, 서비스수지는 142억8천달러 적자를 보였다.

한미FTA가 폐기되면 수출 감소 규모로 미국이 타격을 받게 된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최근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FTA를 종료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13억2천만달러 감소한다. 미국은 대한 수출이 15억8천만달러 감소해 20%가량 수출 손해를 입게 된다.

김두관 의원은 "대미 자동차·철강부문 수출은 감소한 반면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해 경상수지 흑자 폭이 감소추세에 있다"며 "재협상 과정에서 국내자본의 미국 투자에 따른 미국 일자리 창출 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로 예정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미FTA) 폐기는 어느 일방의 협상카드가 아니며 양국 모두가 가진 카드임을 유념하고 있다"며 "가급적 개정 범위를 축소하면서 상호 호혜적인 방향으로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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