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근골격계질환 때문에 만난 한 자동차 부품업체 여성노동자는 18년째 교대근무 중이다. 주간근무와 야간근무를 한 주씩 돌아가면서 한다. 2시간 잔업은 기본이다. 주간근무는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40분까지(점심시간 40분), 야간근무는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40분까지(식사시간 40분)다. 하지만 물량이 많을 때는 야간작업을 새벽 6시40분까지 하기도 한다. 주 6일 근무하는데, 주간 때는 일요일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일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월요일 저녁부터 다시 야간근무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몰랐는데, 요즘은 확실히 야간근무가 끝나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이 노동자는 “아파도 병원에 갈 시간도 없다. 너무 힘드니까 출근하는 게 정말 싫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 노동자의 한 주 평균 노동시간은 대략 62시간, 연차도 다 못 챙기니 1년이면 3천시간 가까이 일한다.

이런 모습이 대한민국 교대제의 민낯이다. 여전히 주야 2조2교대제가 가장 많고, 교대근무자의 노동시간은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노동자의 노동시간보다 길다. 야간노동은 인간에게서 암을 일으킬 위험이 높은 요인이고, 교대근무는 수년씩 해도 결코 완벽히 적응될 수 없다. 신체 리듬도 그렇고, 대부분 사람들이 낮에 활동하는 사회적 리듬 때문에도 그렇다. 이런 사실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데도 주간근무와 별도로 야간노동·교대노동을 적절히 규제해 노동자 건강을 보장하려는 노력은 지금껏 없었다.

교대근무나 야간노동은 노동법에 제대로 된 정의도 없다. 그러니 교대근무를 할 수 있는 업종 자체를 엄격하게 제한하거나, 교대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엄격히 제한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유럽연합(EU) 대다수 나라들은 교대근무 혹은 야간근무를 하는 경우 연장근무를 금지한다. 하루 업무를 마치고 다음날 다시 일을 시작할 때까지 최소 11시간 이상 휴식을 보장한다. 여기에 더해 주휴일 24시간이 완전히 보장되도록 해서 일주일에 한 번은 연속 35시간 이상 휴식이 보장되도록 하는 나라도 있다. 호주에서는 주간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연간 4주 연차를 보장받을 때 교대근무자들은 5주간 연차를 보장받는다. 가족이나 사회생활을 돕기 위해 휴일을 가급적 주말과 맞추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권고도 있다.

이런 원칙을 적용해 교대제를 개편하면 어떻게 될까.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교대제 운영원칙을 세우고, 변화의 폭과 방향을 가늠해 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공공운수부문은 서비스 특성상 24시간 혹은 야간에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교대근무자가 많다. 공공부문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만난 사업장 가운데 3조2교대 근무로 연간 2천312시간, 4조3교대 근무로 연간 2천281시간 근무하는 사례가 있다.

이 노동자들의 교대제를 주 40시간이 넘지 않도록 하고, 24시간 조업하는 업무는 심야노동 부담을 고려해 35시간을 넘지 않도록 설계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연속 35시간을 쉬도록 보장하며, 한 달에 한 번은 주말에 쉬어 가족이나 친구·이웃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했다. 서로 업무 내용이나 특징이 상당히 다른 3개 사업장을 뽑아 계산해 보니 전체 인원의 13.3~24.9%까지 새로운 인력이 필요했다. 다른 말로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니, 공공부문에서 신규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정부 정책방향에도 부합한다. 노동시간은 연간 1천765시간~1천825시간 수준으로 떨어진다.

신규인력을 10% 넘게 늘리고, 예전에는 없던 연속휴식시간과 사회적 휴일을 보장했지만 그래 봤자 연간 노동시간은 1천800시간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연간 노동시간을 1천800시간대로 낮추겠다고 포부를 밝히지 않았나. 공공부문에서부터 전면적이고, 파격적인 변화가 없으면 노동시간단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웅변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국 노동자들은 대부분 기본급이 적고, 수당이 높은 기형적인 임금체계에서 생활임금을 보전하는 수단으로 장시간 노동을 일상화한 측면이 크다.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비례해서 임금이 감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교대제를 바꾸는 과정에서 중요한 원칙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건비 부담은 넘어야 할 산이 분명하다.

정부가 일단 인간다운 교대제 운영과 노동시간단축을 변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변화 과정에서의 다양한 문제는 공공부문 교대노동자 당사자들과 함께 과로사회를 벗어나기를 고대하는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풀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