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카페기사를 불법파견으로 고용한 파리바게뜨가 전국 물류센터 도급업체 노동자 500여명에게도 업무를 지휘·감독하며 사용사업주 역할을 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파리바게뜨는 뒤늦게 직접고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청 직원이 휴가·출근시간 조정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11일 파리바게뜨가 물류센터 도급업체 노동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본사 노동자와 도급업체 노동자들이 혼재해 근무하고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공개했다. 도급 형태지만 실상은 불법적으로 파견노동을 시키고 있었다는 증거다.

파리바게뜨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파리크라상의 모회사 SPC그룹은 경기도 광주·군포·남양주·세종·대구·광주·양산 등 전국 10여개 지역에서 SPC GFS라는 계열사를 통해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파리바게뜨 가맹점포가 완제품이나 원료·재료를 신청하면 창고에서 제품을 받아 출하한다. 파리바게뜨 제품뿐 아니라 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파스쿠찌·버거킹 제품에 사용되는 원·재료도 물류센터에서 관리한다. 각 물류센터에서는 극히 소수의 원청 소속 정규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도급업체 노동자들이 일한다. 500여명 규모다.

이정미 의원이 공개한 녹음파일에는 한 지역 물류센터의 원청 직원들이 하청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물류센터에는 44명이 일하는데 4명을 빼고는 모두 도급업체 노동자다.

매일 저녁 6시40분께 원·하청 직원들이 참가하는 저녁회의에서 원청 직원은 “야간조는 2시간 일찍 출근하라”고 하청노동자들에게 지시했다. “차가 7시에 들어오니 주간조가 출근해서 작업해라”라고 말했다. 또 “10월 3주차 회사 창립일에 휴무를 자제하라”거나 “명절휴가 안 간 사람 확인하고 휴가 빨리 쉬어라”며 휴일·휴가까지 원청 직원이 조정했다. 또 다른 녹음파일에서는 원청 직원이 “휴무들 왜 안 하나? 저번 주에 하지 말랬지 이번 주에 하지 말라는 얘기 안 했다”고 휴무를 종용했다.

이 물류센터의 휴가현황표나 휴무예정표를 보면 정규직이 먼저 휴가 계획을 세우면 그 빈자리를 도급업체 노동자들이 채웠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은 일을 하고 혼재돼 근무한다는 방증이다.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제품 배달에 문제가 생기면 원청 소속 관리자의 요구로 비정규 노동자들이 경위서와 시말서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원래 직접고용할 계획이었다”

이 물류센터의 도급업체 소재지는 사장이 거주하는 지역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바게뜨 물류센터에 단순히 인력만 공급하는 업체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 의원이 이 업체 건강보험 이력을 조회했는데, 2008년부터 현재까지 3개 업체가 차례대로 도급을 맡으면서 인원 변동은 거의 없었다.

노동부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제빵사의 경우 사용사업주가 파리바게뜨 본사인지 가맹점인지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물류센터는 불법파견 여부를 따질 때 사용자-노동자 관계가 보다 분명해 보인다.

이정미 의원은 “파리바게뜨 물류센터 역시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종인데도 인력공급업체에서 노동자를 받아 원청 직원들이 실질적인 지휘·감독권을 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노동부는 파리바게뜨 물류센터뿐 아니라 SPC그룹 전반을 근로감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파리바게뜨도 물류센터 도급업체 인력이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이정미 의원이 문제제기를 하기 전부터 물류센터 도급업체 인력을 단계적으로 직접고용하기 위해 준비해 왔다”며 “이달 중으로 직접고용 전환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불법파견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냐”는 질문에 “문제가 있고 없고를 떠나 개선할 것이 있다면 개선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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