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퇴직한 고위공직자의 85%가 퇴직 1년 안에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인들은 방위산업체로, 금융위원회 출신들은 금융계열사로 다수 취업한 것으로 조사돼 전관예우 인사채용이 횡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받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퇴직공직자(취업제한대상자) 재취업심사 승인현황'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1천947명의 고위공직자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받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로펌 등에 재취업했다. 특히 고위공직자의 85%는 퇴직 1년도 지나지 않아 재취업에 성공했다. 공직자윤리법 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에 의하면 퇴직공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 부서나 기관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취업제한기관에 들어갈 수 없다.

이들은 공직자윤리위 승인을 받으면 취업제한기관이라도 퇴직하자마자 취업해도 된다는 단서조항을 활용했다. 공직자윤리위는 최근 10년간 4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3년이 되기 전 재취업 심사를 신청한 2천143건 중 1천947건(91%)을 승인했다. 단 9%에 해당하는 196건만 취업을 제한했다.

공직자윤리위를 통과해 재취업에 성공한 퇴직공직자의 절반(49%)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그룹에 취업한 고위공직자가 124명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을 포함한 현대 계열사에 99명, 공기업에 73명이 자리를 얻었다. 한화그룹과 대형로펌 김앤장ㆍ태평양이 각각 45명으로 뒤를 이었다.

재취업자들은 국방부 소속이 50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통령실 136명, 금융감독원 118명, 검찰청 109명, 국정원 92명 순으로 조사됐다. 군 출신은 한화테크윈·대우조선해양·한국한공우주·LIG넥스원 같은 방위산업체로, 금융위원회 출신들은 금융계열사, 공정거래위 출신은 김앤장·태평양 등 로펌으로 다수 자리를 옮겼다. 공직자윤리위가 허술하게 업무 관련성 심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채이배 의원은 "퇴직 관료들이 공직자들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관예우식 인사채용을 근절해야 한다"며 "정부가 재취업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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