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노총과 진영·박광온·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기관의 사회적책임 토론회. 정기훈 기자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여년간 비용절감·효율성 관점에서 이뤄진 공공기관 운영원리를 전환해 사회적 가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철학을 담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기본법’(사회적가치 기본법)의 국회 처리를 요구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성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경제가치가 지나치게 강조된 결과 정부와 공공기관은 제 역할을 잊었고 국민들의 삶은 돈벌이 논리에 눌려 공동체 존속과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는 실정”이라며 “지금이 국가 정책의 기본방향을 바꿀 적기”라고 주장했다. 토론회는 양대 노총과 김경수·박광온·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가 주관했다.

“사회적가치 기본법은 헌법적 가치와 상응”

김성진 집행위원장은 “사회적가치 기본법의 핵심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가치 기본법은 지난해 8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김 의원은 법안발의 배경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을 행정의 기본원리로 삼고 공공서비스 공급과 정책사업 수행과정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안에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사회적가치 성과평가기준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집행위원장은 “사회적가치 기본법이 정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가 바로 헌법적 가치의 핵심이며 이를 실현하는 사회·경제 정책이 곧 경제를 성장시킨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용석 사회공공연구원 부원장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이 주로 소외·취약계층에 대한 기부나 봉사 같은 수혜 제공 중심으로 협소하게 진행됐다”며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선을 검토하고 있는데 여기에 사회적 가치와 연계된 평가지표 개선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이 자신의 사명인 공공성을 실현하고 사회적 가치 확산을 선도하는 내용의 법 제정은 시의적절하다”이라며 “공공기관운영법의 전면 개선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형식적 평가 그칠 가능성도 제기돼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공공성 증진과 사회적 가치 복원 필요성을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적 효율성이 아닌 사회적 가치에 재정을 쓰는 것에 국민이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탈물질주의자가 45~48%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15%에 머문다는 조사 결과는 사회적가치 기본법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매우 낮을 것임을 시사한다”며 “정부가 변화를 약속하고 실현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함으로써 시민들의 마음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영재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평가연구팀장은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를 각종 평가를 통해 점검할 수 있지만 기관마다 추진해야 할 공공성이나 이해관계자 접근이 다르다”며 “공공기관 특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가치나 공공성을 반영할 법령이나 사업·과제를 먼저 조사하고 이를 실행할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지방공기업의 실행과제와 이행방안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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