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KTX 승무원들이 이달 29~30일 이틀간 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KTX 승무원들의 파업은 11년 만이다. 승무원들은 지난 2006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5년간 임금인상률 제자리, 급여는 최저임금 수렴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26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승무원의 60%가 최저임금에 근접한 임금을 받고 있다”며 “원청 코레일과 용역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의 부당한 대우와 차별을 끝내기 위해 파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코레일에서 KTX·새마을호 승무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다. 직원 580여명 가운데 450여명이 조합원이다. 노사는 올해 6월부터 임금교섭을 했다. 지부는 기획재정부 지침 기준인 5% 임금인상과 능력가감급제 폐지, 사무관리직과 임금차별 철폐, 판매승무원 고용 보장, 직장내 성희롱 근절을 5대 요구로 제시했다.

회사는 임금 1.1% 인상안을 내놓았다. 회사는 원청인 코레일이 올해 위탁인건비를 1.2%만 인상했기 때문에 1.1%만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요구안과 관련해서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달 19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지부가 지난 21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조합원 94%가 투표에 참여해 91%가 찬성표를 던졌다.

승무원들의 임금은 2012년 삭감, 2013년 동결, 2014년 1.1% 인상, 2015년 2% 인상, 2016년 2% 인상으로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원청인 코레일 정규직 임금인상률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지부는 "수년간 임금이 동결·삭감되고 인상률도 게걸음을 하니 급여가 최저임금에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승무원들은 기재부 지침을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재부는 2017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에서 총인건비 인상률을 전년 대비 3.5%로 정했다. 다만 저임금 기관에는 1.5%를 더해 5%를 인상하라는 지시했다. 승무원들의 임금은 저임금 기관 기준인 공공기관 평균 60% 이하에 해당한다.

성과연봉제보다 악질 ‘능력가감급제’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지침은 폐기됐지만 코레일관광개발은 ‘능력가감급제’라는 더욱 극악한 형태의 성과주의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자회사는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승무원들의 요구를 거부하는 행태를 보면 외주화 자체가 잘못됐음을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능력가감급제는 관리자인 지사장 평가에 의해 승무원들의 급여에 차등을 두는 제도다. 평가 결과에 따라 최고~최저등급 직원 간 임금은 월 32만~42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사실상 지사장의 주관적 평가에 의해 등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지사장 요구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 지부는 “연차휴가나 병가를 사용했다고, 휴일근무를 거부했다고, 노조에 가입했다고 낮은 등급을 받게 된다”며 “전근대적인 방법으로 직원을 통제하겠다는 목적 외에는 존재할 이유가 없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1년 전 해고된 승무원들도 참석했다. 해고승무원들로 구성된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지부장 김승하)는 지난 20일부터 서울역 3층에서 복직과 승무업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김승하 지부장은 “11년 전에 제대로 문제를 해결했으면 후배들이 더 나은 노동조건에서 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11년 만에 또다시 파업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투쟁을 결단한 후배들이 자랑스럽다”며 “파업으로 승객 안전과 서비스를 확실히 책임지는 승무원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 중앙협의기구가 이달 21일 구성됐다. 코레일 사측 7인과 노조 대표 10인, 전문가 3인이 참여한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과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부)·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인적자원연구실장이 전문가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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