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유니온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연간 700건 내외의 노동상담을 하고 있으며 이 규모는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상담자가 호소하는 분쟁 양상은 임금체불과 산업안전, 일터 괴롭힘, 4대 보험 관련 분쟁 등으로 유형화된다.

청년유니온이 수행하는 노동상담은 15~39세 청년일반을 대상으로 삼으며 ① 산업과 직종·고용형태를 특정하지 않는다는 점 ② 특정한 사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를 주된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 ③ 노동인권에 대한 일반적 지식이 부재한 내담자가 주로는 분쟁상황에 맞닥뜨려서 상담을 요구한다는 점 등의 요인으로 인해 청년들이 다수 종사하는 노동시장의 일반적 특성과 변화추세를 분석하는 참조자료로서 유의미하다.

2010년대 중반 이후로 진행해 온 청년유니온 노동상담에서 발견되는 가장 의미 있는 특징은 임금체불 등의 상담 과정에서 내담자의 ‘근로자성’이 주된 쟁점으로 확인되는 분쟁 유형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로 헬스장 트레이너, 학원강사, 미용실 디자이너, 웹 개발자 및 디자이너, 에이전시 소속 모델 등 소위 프리랜서로 불리는 비전형 노동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급속도로 확산되는 비전형 노동자의 노동과정과 분쟁 양상을 분석해 보면 전통적인 ‘비정규직’ 내지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개념을 적용하거나 일반적인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적용하기에는 복잡화된 요소들이 많다. 특히 비전형 노동 당사자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해당 개념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결정적인 상황 조건이다.

경제구조와 고용환경 변화 양상과 속도를 고려할 때 현행법상 엄밀한 의미의 사용종속관계가 전제되는 피고용자(employee) 개념에 구속되면 전체 노동을 대표하는 노동운동의 혁신을 완수하기 어렵다. 경제구조 변화에 발맞춰 광의의 노동개념을 채택하고 모든 노동자(worker)의 이해대변을 위한 다각도의 전략전술을 모색해야 한다.

실천적으로는 ‘단결’과 ‘조직화’의 의미를 확장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이라는 관점과 전통적인 조직화의 개념으로는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노동조합 혹은 이해대변 조직들이 이미 다수다. 청년유니온·아르바이트노조·뮤지션유니온·예술인소셜유니온·게임개발자연대 등이 대표적이다. 조직 형태와 활동 양상은 다양하지만 모두가 ‘노동의 이해대변’ 내지는 ‘노동자의 단결’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사회적 기여를 수행하고 있다. 1987년 국가체제의 종결 내지 완성이 논의되는 현시점 전환기에는 노동운동 단결을 보다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대중이 처한 사회·경제적 환경에 부합하도록 노동운동의 ‘교섭’ 의제를 확장해야 한다. 대표적인 과제가 고용보험이다. 사회안전망으로서 고용보험의 적극적인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좁은 의미의 근로자만을 피보험자로 하고 완전실업자에게만 실업급여를 지급한다는 전통적인 패러다임을 넘어 피보험자 범위를 확장하고 급여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운동의 ‘행동’ 양식을 혁신하고 다변화해야 한다. 오늘날 노동은 한두 가지 요소로만 규정되지 않는 다면성이 특징적인 흐름으로 관찰된다. 사업장뿐 아니라 세대·지역·직무·산업 등 노동자·시민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조합하고 실천(캠페인) 기획을 다변화하면 기존 통념으로는 작동하기 어려웠던 노동의 이해대변이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

노동자 대투쟁 30주년을 맞이해 노동운동 혁신방향이 다각도로 논의되고 있다. 다양한 주체들의 공론 속에서 의미 있는 전환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관련한 화두로 노동운동이 사용하는 개념적 정의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제안한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cartney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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