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통계기사를 쓸 때마다 신경이 많이 쓰인다. 어렵기도 하고, 특히 경제통계는 더 그렇다. 많은 기자가 통계기사에 어려움을 호소하다 보니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통계기사 길잡이>라는 제목의 연구조사서를 내놓은 적도 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가 2000년 재단 연구원 시절에 3권으로 된 이 책을 썼다. 통계기사를 쓰는 기자가 유의해야 할 점을 잘 소개한 책이다. 황 교수는 해당 통계를 이해하는 게 먼저인데, 통계작성 과정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통계기사는 늘 거짓말을 한다”는 얘기도 있다. 통계를 읽는 기자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지점이 달라 같은 통계자료를 읽고도 정반대 기사를 쓰기도 한다. 여러 요인 때문에 해당 통계치가 나왔는데, 이 가운데 기자가 제 입맛에만 맞는 1~2개 요인만 취하고 나머지는 모두 버리고선 무리하게 일반화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동향’은 통계청이 달마다 발표하는 주요 고용통계라 여느 기자들도 쉽게 접하는 자료다. 조선일보는 지난 14일 통계청 ‘8월 고용동향’을 놓고 1면 톱기사로 <일자리 정부, 떨어진 ‘일자리 성적’>이라는 보도기사에 이어 같은날 2면에도 <‘8·2 대책’에 건설 일감 떨어지고, ‘최저임금’에 식당 종업원 줄이고>라는 제목의 해설기사까지 실었다. 새 정부를 흠집 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조선일보 기사가 모두 틀린 건 아니지만, 다 맞는 것도 아니다. 통계는 시간별 흐름 속에서 판단해야 하는데 어느 한 부분만 잘라서 읽으면 착시현상을 자주 일으킨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이 4년6개월 만에 최저치’라는 작은 제목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그토록 강조했는데도, 정작 일자리 성적은 형편없다고 말한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나오는 월별 취업자수 기준은 ‘전년 같은달’이다. 2015년 8월(25만5천명)과 2016년 8월(38만7천명), 2017년 8월(21만2천명) 3년치만 비교해도 제법 변동 폭이 크다.

2015년 8월에는 2014년 8월보다 취업자가 25만6천명 증가에 그쳐 증가 폭이 낮은 편이다. 2016년 8월에는 38만7천명으로 전년 8월보다 크게 올랐다. 올해 8월에는 다시 21만 2천명으로 증가 폭이 뚝 떨어졌다.

2015년 8월 일어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큰 변수로 작용했다. 메르스 사태로 2년 전 8월 취업자 증가 폭이 20만명대로 뚝 떨어졌고, 2016년엔 전년도에 크게 떨어진 기저효과 때문에 크게 오른 것처럼 보인다. 이번 8월엔 2015년 기저효과에 따른 조정 과정에서 취업자수 증가가 적어 보인다. 이를 무턱대고 ‘역대 최저치’라는 식으로 갖다 붙이면 위험하다.

월별 고용동향은 작은 변수에도 크게 흔들리기 때문에 적어도 5년 이상 흐름 속에서 읽어야 한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2면에 <‘8·2대책’에 건설 일감 떨어지고>라는 제목을 달았다. 건설 일자리 증가 폭 둔화 이유가 모두 ‘8·2대책’에 있는 것처럼 읽힌다. 지난 8월은 지난해 8월보다 2배가량 비가 자주 내렸다. 조선일보는 건설 일자리가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았다.

건설 취업자 증가 폭 둔화가 모두 날씨 탓이라고 할 수는 없다. ‘8·2대책’의 영향도 일부 받았을 것이다. 언론은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간단명료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이렇게 한쪽으로 몰아붙이는 무리한 기사를 자주 쏟아 낸다. 요즘은 기자보다 더 전문적 식견을 갖춘 독자가 많아 이런 기사가 정치적으로 크게 효과도 없는데, 조선일보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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