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을 긍정적으로 보는 국민이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직후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87년 6월 항쟁과 7·8·9월 노동자대투쟁 등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긍정적 인식이 높아진 것처럼 지난해 촛불정국을 겪으며 노조를 좋게 바라보는 국민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노동체제의 진단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개원 29주년 기념세미나에서 지난달 진행한 '노사관계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은 남녀 각각 500명씩 1천명에게 노동조합·노사관계·노동정책 인식을 묻는 일대일 대면조사를 했다.

국민의식 결과를 보면 노조가 경제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비율(54.0%)이 나쁜 영향을 미쳤다(18.6%)는 비율보다 35.4%포인트 높았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직후인 89년 조사 당시 긍정적이라는 평가(26.9%포인트)보다 호감도가 상승했다.

노조가 정치적 민주화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57.9%)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8.0%)는 답변보다 49.9%포인트 많아 89년(50.3%포인트)와 비슷했다. 노조가 사회 불평등 완화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대답(67.3%)이 부정적 응답(5.1%)보다 62.2%포인트 높아 역시 89년 조사(64.1%포인트)에 근접했다.

노조 필요성에는 85.5%가 공감했다. 노조에 기대하는 효과는 임금인상(59.9%), 고용안정(72.1%), 부당대우로부터 노동자 보호(70.3%) 같은 긍정적 응답이 많았다. 특히 '부당대우로부터 보호' 효과는 10년 전(33.6%)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그런데 노조 활동은 높아진 국민 바람과 괴리가 있었다. 응답자들은 노조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보호(30.1%)와 조합원 고용안정(28.8%)을 추구하길 기대했으나, 지금의 노조 활동은 조합원 근로조건 개선(47.7%)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은 2007년 48.2%, 2010년 40%, 올해 26.3%로 점차 감소했다.

정흥준 부연구위원은 "노조운영에 대해서도 평가해 봤더니 '전체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답변이 21.8%에 그쳤고, 나머지는 자기 조합원만 대변하거나 일부 노조간부만 대변한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노조의 현재 모습에 대한 국민 평가인 동시에 향후 노조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