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종호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교대근무 노동자들 중에는 특별히 감시·단속적 업무 종사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다. 근로기준법상 감시·단속적 업무는 “감시업무를 주 업무로 하며 상태적으로 정신·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근로기준법 시행규칙 10조2항) 또는 “근로가 간헐·단속적으로 이뤄져 휴게시간·대기시간이 많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시행규칙 10조3항)로 규정돼 있다. 일단 이러한 감시·단속적 업무 종사자로 승인되는 순간 근로시간이나 휴게·휴일 규정에서 모두 제외된다. 경비직·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의 근무패턴으로 흔히 접하게 되는 24시간 맞교대가 합법화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모든 규정에서 제외될 정도로 노동자의 건강과 권익을 보호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특수한 상황이어야 할까. 불행히도 그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규정돼 있지 않다. 앞서 언급한 감시·단속적 업무의 정의가 전부일 정도로 모호하다. 다만 실제 감시·단속적 업무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심각한 권익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이기에 당연히 필요한 절차이고 승인 요건도 까다로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근로감독관집무규정 68조에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적용제외 승인 기준’으로 좀 더 자세한 내용의 승인 요건을 가지고 있지만, 큰 제약 없이 감시·단속적 업무로 신청하면 대부분 그대로 승인되는 실정이다. 이전부터 경비나 시설관리 업무가 관행적으로 감시·단속적 업무로 인식돼 왔기에 실제 승인은 실질적인 업무내용 파악보다는 서류 심사를 통해 주로 이뤄진다고 한다. 노동자의 건강과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건을 승인하는 과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간단하다.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만나는 감시·단속적 업무 노동자들이 겪는 수면부족과 불면, 조절되지 않는 혈압·당뇨 등의 뒤에는 결국 이러한 사회적·행정적 문제들이 있다.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수면관리와 혈압·혈당 관리 상담은 결국 상담이 해결할 수 없는 커다란 벽 앞에서 멈춰 버리곤 한다. 감시·단속적 업무라 하더라도 주당 노동시간의 최소한 한계는 정해져 있어야 하고 노동부 승인 요건이 훨씬 까다로웠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기본적인 노동자 건강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개인적인 건강관리에 기대는 것은 책임전가에 지나지 않는다.

비단 감시·단속적 업무에만 해당하는 상황이 아니다. 직업환경의학 의사가 진료의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위험의 외주화, 장시간 근로, 저임금, 과도한 직무스트레스와 감정노동 등 한국을 뒤덮고 있는 모든 열악한 노동환경이다. 일반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사회적·행정적 과정이지만 직업환경의학 의사에게는 치료할 대상을 위한 다분히 의학적 과정이자 그 존재 이유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업환경의학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매몰되지 않고 근로기준법까지 그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산업보건은 직업환경의학에 주어진 좋은 도구지만 노동자 건강권 문제는 상담 끝에 마주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의 벽을 무너뜨려야 쟁취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10년은 디메틸포름아미드(DMF) 사태를 겪고 나서도, 이후에 수많은 허점을 보이고서도 개선이 더디기만 한 산업보건 진료실을 넘어 근본적인 문제인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직업환경의학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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