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완성은 개헌이다.”

개헌 국면을 맞아 진보·노동진영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이미 노동진영에서는 '근로'라고 명시된 헌법상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는 것은 필수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노동존중 정신을 담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동헌법을 만들려는 제안이 쏟아진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공법학회·㈔노동법연구소 해밀이 2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개최한 ‘노동헌법을 논함’ 심포지엄. 이날 심포지엄에서 노동법 전문가들은 노동헌법 원칙과 구체적인 개헌 내용까지 제시했다.

◇용어를 바꾸자=헌법 32조와 33조는 ‘근로의 권리와 의무’와 ‘노동 3권’ 조항이다. 이들 조항에서 ‘근로’를 ‘노동’으로, ‘근로자’를 ‘노동자’로 바꾸는 것은 적지 않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한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호칭 변경은 노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금까지 사용해 왔기 때문에 혼란을 고려해 현행을 유지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어쩌면 노동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됐다는 점에서 노동으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근로라는 용어만 개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김선수 변호사는 헌법상 기본권 주체를 ‘모든 국민’에서 ‘모든 사람’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노동의 권리는 국적과 상관없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의 기본권”이라는 이유에서다.

◇노동권 보장=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같은 국제기준을 밑도는 노동기본권 관련 내용도 개헌 대상에 포함된다.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노동 3권을 보장하는 현행 헌법을 “모든 사람의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동 3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노동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특수고용직 노동권을 보장하고, 단체행동권 범위를 넓히자는 주문이다. 단체행동권 강화를 위해 아예 “노동자는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로 규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헌법은 공무원들의 노동 3권을 제한하고 있는데, 현역군인과 경찰공무원을 제외하고 공무원 노동기본권을 확대하자는 의견도 만만찮다. 방위산업체 종사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한 헌법 조항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도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데다, 최근에는 민수부문 조합원들을 방산부문으로 전보조치해 노조를 무력화하는 사례까지 발견됐다.

노동권 보장과 함께 노동자 경영참가, 노사 공동결정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동권 강화 주장이 잇따르자 재계나 국회 개헌특위에서는 ‘경영권’도 헌법에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주장에 따르면 경영권 때문에 노동권이 제약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 3권 제한은 국가안보와 질서유지 등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하도록 한 헌법 37조2항에 따라 매우 예외적이어야 한다”며 “자본의 이익은 제한사유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직접고용·해고제한·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기고용과 해고제한 원칙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기간의 정함은 해고제한을 우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되기 때문에 무기고용과 해고제한을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수 변호사는 헌법에 직접고용 조항을 삽입하자고 했다. 김 변호사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규정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적정임금 조항이 있는 헌법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규정하자는 의견도 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동일가치노동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여성·연소자 노동에 관한 특별보호 조항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제안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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