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생산업체 동광기연에서 지난해 8월 희망퇴직한 뒤 1년 넘게 실업상태에 있던 김아무개(53)씨가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금속노조 인천지부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8일 오전 인천 부평구 자택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같은날 오전 8시10분께 형과 동생에게 "미안하다. 사망"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유서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은 형이 경찰과 함께 김씨 집에 찾아갔고, 오전 9시 넘어 숨져 있는 김씨를 발견했다.

동광기연은 올해 1월19일 노조 동광기연지회 몰래 안산공장 설비를 매각하고, 나흘 뒤인 23일 노동자들이 출근을 하자 문자로 해고를 통보해 논란이 됐다. 동광기연은 법인분할·설비매각·법인해산이라는 단계를 거쳐 그룹 지배권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려고 모회사에서 일하던 조합원들을 대량 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해 8월 반강제적으로 희망퇴직을 했다. 회사는 당시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어렵다"거나 "희망이 없다" 또는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희망퇴직을 압박했다. 지회 조합원들은 희망퇴직을 거부하다 올해 1월 문자해고를 당했다. 김씨를 비롯한 비조합원들은 대부분 지난해 8월 희망퇴직을 했다.

인천지부 관계자는 "유족에 따르면 김씨가 희망퇴직 뒤에 일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했던 거 같다"며 "함께 퇴직한 동료들과 가족들에게 종종 '희망퇴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후회하는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지회 조합원 정성기씨는 "고인과 알고 지낸 지 15년이나 됐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분은 아니었다"며 "회사 강압으로 희망퇴직을 한 후 재취업이 힘들어지고 생활고에 쪼들리면서 우울해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유족들은 19일 김씨 장례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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