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계약직으로 직접고용했던 일선부대 시설관리 노동자들을 올해 초 용역업체 소속 간접고용으로 전환했다. 노동자 급여는 대폭 줄어들었다. 수의계약으로 시설관리를 맡은 용역업체는 군인공제회 자회사다. 이른바 ‘군피아’라 불리는 업체와 군과의 부적절한 계약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금 50만원 깎으며 계약직을 용역직으로

18일 국회 국방위원회 김종대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육군 1사단과 7사단은 부대시설관리를 올해부터 용역업체에게 맡겼다. 시설관리를 맡았던 계약직 노동자들은 용역업체 소속으로 바뀌면서 급여가 월 220만원에서 170만원으로 50만원 삭감됐다. 임금이 줄어들면서 1사단에서 일하던 24명의 노동자 중 절반인 12명이 계약을 포기했다.

군이 부대시설관리를 외주화한 것은 예산비목 변경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17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서 시설관리 노동자 임금을 시설장비유지비로 지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예산비목을 외부 민간업체 용역에 한해 지급할 수 있는 민간위탁사업비로 변경했다.

국방부는 민간업체에 용역을 주면 노동자들의 급여가 대폭 삭감되는 것을 알면서도 외주화를 강행했다. 김종대 의원이 공개한 1사단 군수참모처의 ‘2017년 부대관리 민간용역 급여변경에 따른 대응방안’ 문건을 보면 “민간업체에 의한 채용, 급여액 감소예상 : 월 220만원(기존) → 170만원(변경시)”라고 적혀 있다. 이어 예산되는 문제점으로 “급여감소로 인한 자진 퇴직자 증가, 경험과 능력을 갖춘 인력확보 제한”을 꼽았다.

군수참모처는 국방부 명령에 근거해 “2년 근속근무자에 대한 부대장 임의 ‘무기계약 근로자’ 채용 금지”라고 적시해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길조차 막았다. 김 의원은 “예산비목 변경이 불가피했다면 상용임금으로 변경해 직접채용을 유지하고 월급 삭감도 피할 수 있었는데 굳이 외주용역으로 바꿨다”고 비판했다.

5년간 노동법 위반으로 20번 신고된 군피아업체
국방부 “정부 가이드라인 따라 정규직화 검토”


1사단과 7사단이 용역계약을 한 업체 이력도 논란거리다. 해당 업체는 국방부 산하 비영리법인 군인공제회 자회사인 공우ENC다. 이 업체는 2012년 한 차례,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등을 위반해 노동부 시정명령을 받았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각종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로 신고당한 것만 20여건이다. 2015년과 지난해 각각 6건으로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신고사건 중 최소 10건은 법 위반 사실이 인정됐다. 대부분 임금·퇴직금 체불이다.

상습적으로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업체가 정부부처와 수의계약을 맺은 것이다. 퇴직군인들이 요직을 차지한 군피아업체들과의 부적절한 거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종대 의원은 “예비역 낙하산부대나 마찬가지인 군피아업체와의 수의계약이 노동여건 악화 주범”이라고 주장했다.

군은 최근 5년간 156건의 시설관리용역을 체결했다. 이 중 81%인 126건이 수의계약이다. 수의계약 중에서도 군인공제회와 공우ENC·재향군인회와 맺은 계약이 105건이나 된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시행령 26조(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에 따르면 보안상 필요한 경우 군은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보안을 위해 수의계약을 하면서 보안에 취약한 민간인을 고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방부가 직접고용 계약직을 간접고용으로 바꾼 것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향과 배치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는 기재부 지침상 어쩔 수 없었다”며 “7월에 나온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상시업무인 시설관리·청소용역직 등을 무기계약직화하고 내년 예산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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