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대한상공회의소에 이어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박병원 회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이 올해 1월 당선 이후 경총을 공식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다소 어색한 분위기에서 인사말을 나눈 김 위원장과 박 회장은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일자리·비정규직 문제 등 주요 노동현안에서 대립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영 위원장 "목표는 같지만 가는 길 많이 달라"

이날 경총회관 입지를 놓고 말문을 연 김주영 위원장은 "마포구가 노조 기가 센 곳"이라며 "제가 이 근처 한전 서부지사에서 지부장 10년을 하다 전력노조 위원장이 됐고, 건강보험공단과 산업인력공단에서 공공연맹 위원장이, (마포구)우체국에서도 우정노조 위원장이 나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노조와) 자주 만나 대화하기 좋은 곳으로 우리가 잘 들어왔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한국노총과 경총이) 목표는 같은데, 가는 길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고르게 잘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싶은 목표는 다 똑같다"며 "방법과 속도에 관해 견해차가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자 "서로 가는 길이 많이 다르다"고 입장차를 재확인한 김 위원장은 "부의 편중과 사회 양극화가 심화해 있는데, 우리 노동단체에서는 그러 부분을 좀 더 완화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5월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정부 일자리정책을 비난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사회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받았던 사실을 에둘러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김영배 부회장은 "기본적으로 잘살자는 목표는 (양측이) 똑같다"며 "수단에 차이가 있지만 서로 인정하면서 45년간 해 오지 않았냐"고 말했다.

박병원 "일자리 있어야 질도 끌어올릴 수 있어"
김주영 "대기업이 너무 이윤을 추구하는 게 문제"


양측은 이어진 1시간 비공개 간담회에서 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현안과 관련해 상반된 의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박병원 회장은 "일자리 양과 질 모두 중요하지만 일자리 양이 더 중요하다"며 "일자리가 있어야 일자리 질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주영 위원장은 "대기업이 너무 이윤을 추구하는 게 문제"라며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원·하청 간 공정거래질서 확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국가 화두로 떠오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양측은 시각차를 보였다. 박 회장은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은 찬성한다"면서도 "임금인상은 별개 문제"라고 밝혔고, 김주영 위원장은 "단순히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서는 안 되고, 임금인상과 호봉적용 등 실질적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민감한 노동현안에서 양측 입장차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시대에 중앙 노사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양측이 공감을 표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3일 언론의 대대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주영 위원장의 대한상의 방문에 비해 이날 경총 방문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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