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그룹 계열사로 파이프 제조업체인 휴스틸 당진공장에서 화물운수 노동자가 적재함에 파이프를 싣는 작업 중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휴스틸 안전매뉴얼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기사는 파이프 상하차 작업에 참여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는 안전매뉴얼 미준수를 포함한 법 위반 사항을 발견하고 휴스틸 안전관리책임자(공장장)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유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휴스틸이 통제·감독하는 작업 중 발생한 사고인데도 휴스틸이 노동자와 하청운송회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오후 휴스틸 당진공장 출하장에서 화물차 운전기사 정아무개(53)씨가 차량 옆에 쓰러져 있는 것을 공장 직원이 발견했다. 정씨는 당시 화물차 위에서 파이프를 받아 싣는 작업을 했다. 노조는 정씨가 작업 중 발이 미끄러지면서 실족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휴스틸 안전매뉴얼에 따르면 파이프 상하차 작업은 공장 직원들이 3인1조로 해야 한다. 화물차 운전기사는 상하차 업무에 참여할 수 없다.

박종관 화물연대본부 인천지부장은 "휴스틸이 관행적으로 직원을 두 명밖에 내보내지 않아 운전기사가 직접 화물차에 올라간 것"이라며 "몇 년 전에도 화물차 기사가 적재함 위에 올라가 일하다가 떨어져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지부장은 "안전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한 휴스틸이 책임지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휴스틸은 안전매뉴얼 위반은 인정하면서도 운전자 과실을 주장했다. 휴스틸 관계자는 "적재함에 화물운전자가 올라가서는 안 되지만 운전자들도 일을 빨리 끝내고 가야 하니까 직접 올라가서 (상하차에) 관여한다"며 "본인 필요에 의해 올라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정씨가) 안전모 턱끈을 꽉 죄지도 않았다"며 "본인 과실이 큰데도 휴스틸 과실이라고 하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족측 대화상대는 휴스틸이 아니라 H물류(운송회사)"라고 잘라 말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 관계자는 "안전매뉴얼 위반을 포함한 몇 가지 법 위반 사항이 발견돼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 3~4인이 조를 이뤄 상하차 작업을 해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직원 두 명이 했다"며 "전문가도 아닌 화물차 기사들은 작업하는 곳에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화물연대본부는 장례를 연기하고 지난달 28일부터 공장 정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정씨 시신은 당진종합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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