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생명보험이 희망퇴직 접수를 마감한 뒤 회사에 남겠다고 희망한 직원들을 대기발령했다.

14일 사무금융노조 현대라이프생명보험지부(지부장 김성구)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3일 직원 9명에게 대기발령을 내린다고 통보했다.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직원들은 모두 방카슈랑스영업부 소속이다. 방카슈랑스는 보험사가 은행과 제휴·협력해 제공하는 종합금융상품을 뜻한다. 9명 중 8명이 지부 조합원이다. 대기발령 기간은 3개월이다. 회사는 이 기간 급여의 3분의 1을 삭감한다고 통보했다.

현대라이프는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희망하는 희망퇴직자수와 잔류시킬 인력 이름이 명시된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가 유출됐다.

회사는 ‘영업본부 조직도(to-be)’란 이름이 달린 문건에서 현재 260명인 직원을 67명으로 줄인다고 계획했다. 접수를 마감했지만 회사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치는 120명만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어 회사에 남기를 희망하는 직원들에게 바로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것이다. 지부는 이번 대기발령이 회사가 계획한 인력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현대라이프 사규에는 대기발령 기간이 끝난 뒤 해당 직원에게 별도의 보직이 주어지지 않을 경우 해고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회사는 앞서 직원들에게 방카슈랑스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한 바 있다. 지부는 회사가 조만간 최초 계획한 200여명의 인력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차 희망퇴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부는 “회사가 당사자 의사를 묻거나 업무 조정과 같은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조합원 위주로 일방적인 대기발령 조치를 했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향후 더 많은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도록 하고, 대기발령자는 3개월 뒤 보직을 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성구 지부장은 “회사가 2015년 희망퇴직 당시에도 미신청자를 대기발령해 법원에서 부당한 인사라는 판결을 받았는데도, 또다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일노동뉴스>는 회사 입장을 듣기 위해 현대라이프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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