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11.18 토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기고
[연속기고-노동시간 특례제도 폐지할 때 ②] 버스 운전기사의 기도 '부디 오늘 하루도 무사히'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
   
▲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건강의 적이다. 야간 노동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2급 발암물질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길다. 일하다 쓰러지고 죽는 과로사회다. 과로사회 밑바닥에는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이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줄이고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지만 속도는 게걸음이다. 한국노총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우정·자동차·의료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해 왔다. 4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버스현장 하나. 시외버스 운전기사인 김씨는 다음 배차까지 남은 30분을 신속하게 이용한다. 차량 내부 쓰레기를 줍고 먼지를 쓴다. 이슬비 맞으며 버스 앞 유리와 사이드미러를 닦는다. 그리고 식당으로 향한다. 십여 분 식사를 마시고 화장실을 들른다. 남은 시간은 2분. 잰걸음으로 승차장에서 표를 세고 승객 숫자를 확인한다. 야속한 시간이다. 출발시간이 2분 넘었다.

“이렇게 쉬지도 못하고 쫓기다가 늦게 출발하면 마음이 급해져요. 오죽하면 우리들끼리 운전하는 시간이 그나마 더 편한 시간이라고 진담 섞인 농담을 하겠어요.” 터미널에서 만난 다른 운전기사는 조심스럽게 호소했다. “10일 일하고, 3일 쉬고 출근했어요. 이번엔 9일 일하고 쉴 것 같은데, 그것도 봐야죠.”

버스현장 둘. 남도의 끝자락 여수 시내버스 운전기사 정씨. 오늘 그의 일과는 새벽 5시반 첫차를 시작으로 밤 9시45분 차고지에서 마무리한다. 운전대 잡고 반나절이 조금 지나자 운전 자세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목에 손이 올라가는 횟수가 늘어나고,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을까. “늘 하는 일이라 처음에는 별 이상이 없는데, 시간이 좀 흐르면 눈과 목이 아파 옵니다.” 10시간 이상 근무한 뒤의 정씨 얼굴은 충혈된 눈과 마른 입술에 온기가 없다.

버스현장 셋. 고속버스 조합원 장씨. 진주에서 운행을 종료하고 버스 내부를 살피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운전석 계기판에 찍힌 오늘 운행거리는 989.5킬로미터. 아침 8시20분부터 시작된 서울~진주 간 3회 운행을 마친 결과다. 다음날 새벽 3시30분, 마지막 운행을 마치고 헤어지는 인사를 나누며 "서울에는 언제 올라가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일 오전 11시에 서울 운행이 잡혀 있어요. 1회만 운전하고 올라가면 쉬는 거죠. 어쩔 수 없죠. 하루씩 쉬는 것마저 지방에서 쉴 수는 없잖아요. 집에 가야죠.” 순간 귀를 의심했다.

버스현장 넷. 경기도 시내버스 운전기사 안씨. 하루 새벽 5시에 차고지에 도착, 하루 일과를 마치면 저녁 10시다. 내일을 쉬어야 하지만 운전기사가 없다. 이번주도 연속 5일째 운전이다. “한 달에 평균 21일씩은 일해요. 일하는 시간은 길고 임금은 적으니 누가 옵니까. 왔다가 금방 그만두고. 많이 하는 동료는 한 달에 25~26일까지도 합니다.”

몇 해 전 버스 운전기사들의 일상을 하루에서 길게는 3일간 동행하며 경험했던 삶의 이야기다. 우리네 가족일지도, 우리네 이웃일지도 모르는 수많은 김씨·정씨·장씨·안씨는 그때도 오늘도 무거운 눈꺼풀을 올리며 집을 나선다. 잠시 붙인 눈꺼풀을 제때 올리지 못하면 그들은 더 이상 운전을 하지 못할 것이다.

버스기사나 자가용 운전자나 교통사고에 따른 결과는 같다. 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사망사고 발생 원인이 개인이 아닌 사회라면, 그 사회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내일 사망사고 가해자가 내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동료의 오늘이 지나가고 있다.

‘부디 오늘 하루도 무사히….’

위성수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성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