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부산지역에서 석면 추방과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로서 한국 사회 석면과 관련한 여러 많은 문제 중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두 가지를 제기하고자 한다.

석면질환은 긴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악성중피종은 적은 양의 석면노출에도 30년이라는 긴 잠복기를 지나 발생하는 대표적인 석면 암이다. 환경부와 순천향대 천안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에서 2016년 악성중피종 피해자 4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석면노출 설문지 개발 및 국내 악성중피종 환자의 역학적 특성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2명, 20대 3명이 악성중피종으로 진단됐다. 50대가 되기 전에 발병한 피해자가 10명 중 1.4명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30년 잠복기를 무색하게 만든다. 석면노출 연령이 낮을수록 발병시기가 현저히 짧아질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20~30대 연령에서도 석면질환이 충분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올해 초 학교 석면철거 공사 과정에서 부실공사로 인한 석면노출이 보도되면서 학교 석면관리 실태와 공사 과정의 석면노출 문제가 화두가 됐다. 하지만 관할 교육부와 학교·교육청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여름방학 동안 석면철거 공사를 한 1천226개 학교 중 서울·경기지역 5개 학교의 사후처리 조사 결과 또다시 석면이 검출됐다. 일부 학교에서는 개학을 앞두고 등교거부 사태까지 발생했다. 사후조사 요구가 빗발치자 뒤늦게 환경부·교육부·고용노동부가 석면철거 공사를 한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사후 안정성 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행정기관·책임기관의 뒷북행정이 석면에 대한 불신감과 불안감을 더욱 증폭하고 있다.

학교는 많은 학생들이 장시간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기 때문에 그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교육부와 교육청·학교는 학부모나 주민들이 상시적으로 석면조사 결과와 석면관리 실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학교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학교 석면철거 공사가 진행될 때 학부모와 주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석면공사 계획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전체 공사 과정에 대한 사전설명회와 사후처리 점검을 실시해 학생들의 석면노출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로 악성중피종 환자 411명의 석면노출원 분석 결과를 보면 비직업적 요인에 의한 석면노출이 240명으로 나타났다. 직업적 석면노출자는 171명(41%)이었다. 한국 석면 피해보상제도 중 직업적 석면노출로 인한 석면질환자의 경우 산재보험으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음에도 41%가 넘는 피해자가 환경부 소관 석면피해구제법으로 구제받았다. 악성중피종 피해자가 이럴진대 다른 석면질환의 경우도 석면피해구제법으로 보상받았을 확률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복지공단 근로복지연구원에서 조사한 ‘일본의 산재보험 통계’ 자료를 보면 2011년 1천37건, 2012년 1천8건, 2013년 1천7건, 2014년 1천2건, 2015년 969건으로 매년 1천건 이상의 석면 산재질환자가 인정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석면 산재인정자는 2015년까지 고작 25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의 석면 산재피해자가 유독 적은 이유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석면피해자모임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석면질환(석면폐증·폐암) 산재 인정기준이 너무 높고, 석면방직공장을 제외한 석면취급 산업에서의 석면질환 산재인정 절차가 너무 까다롭기 때문에 인정되기까지 1~2년이 소요된다고 전한다. 특히 일용직 노동자들은 직업력 입증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산재로 인정받기 어려우니 치료와 보상의 큰 차이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이 산재보상보다는 석면피해구제법을 찾는 결과를 초래한다. 여기에 환경부 차원의 환경성 석면피해자 발굴 노력에 비해 직업성 석면노출자를 발굴하려는 노동부 노력 부재도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얼마 전 근로복지공단이 환경부 위탁을 받아 ‘환경성 석면피해자’ 조기발견을 위해 석면피해 의심지역인 인천시와 목포시 일부 주민을 대상으로 단기적인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한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가 석면 산재피해자들을 위해 지금 당장 할 일은 환경부 위탁사업이 아니라 과거 석면취급 노동자의 석면질환자 발굴과 퇴직노동자 건강관리사업이다. 일용직 노동자가 많은 직업군의 경우 직업력 규명을 용이하게 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석면취급자 석면수첩 발급기준을 확대해야 한다. 석면질환 인정기준을 완화하고 석면취급자의 석면질환 관리와 산재인정에 관한 홍보사업 확대도 필요하다.

환경부 또한 지속적인 석면피해자 발굴과 질환자 관리를 하고자 한다면, 근로복지공단에 위탁사업으로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석면환경보건센터 확충을 통해 석면건강 영향조사 지역을 늘리고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건강영향조사를 선행해야 한다. 석면 산재피해자들이 산재보험으로 제대로 보상받게 하는 것이 어쩌면 향후 석면피해구제기금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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