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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화의 난항, 대화의 정치를 부른다
   
▲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오래전 일이지만, 김대중 정부 시기 노사정위원회 역할을 연구하며 다양한 논쟁들을 리뷰한 적이 있다. 노사정위가 공식적으로 법의 틀을 갖추며 작동했던 이른바 ‘3기 사회적 노사정위’ 초기 사회적 대화는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공기업 민영화 등 다양한 개혁 시도에 대안적인 구조조정의 길을 모색하며 노동에 끼치는 해악을 줄이는 데 미약하게나마 기여했다.

특히 구조조정과 관련한 노사갈등에 대해 당시 중앙노동위원회 같은 공식 분쟁해결기구는 해당 갈등이 당시 노동위가 다루는 분쟁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조정자 역할을 하기 힘드니, 대신 노사정위 같은 장에서 논의해 줄 것을 당부하며 사건을 최종 처리한 적이 있다. 이는 고용·분쟁 등과 관련한 종래의 제도적 역량이 갖는 한계를 공식적인 분쟁기구 스스로 인정한 것이고, 막 태어난 신생기관의 새로운 역할수행이 필요함을 선언한 것이다.

바야흐로 포용적 노동시장으로 전환하는 시대다. 애초에 정부 정책이 노동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큰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촛불혁명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격변을 겪은 뒤에 정부 정책 기조가 그야말로 180도 뒤바뀐 판국인지라, 정책 주체나 대상 모두 새로운 인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과 전환 원칙 마련 및 공유가 절실하다.

다만 과거 ‘IMF 체제’라고 하는 통치성 측면의 치명적 제약조건하에서 노동의 이해에 반하는 개혁을 하되 그 부정적 여파를 최대한 줄일 방도를 고민하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촛불혁명 기운에 힘입어 그 정신을 얼마나 더 넓고 깊게 받아들여 노동의 이해에 부합하는 개혁을 최대한 더 수행할 것인지 하는 고민을 하는 시절이니, 사회적 대화를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그 방향은 노동에 덜 씁쓸할 수 있다.

현재 노동시장의 ‘포용적 전환의 정치’ 한가운데에서 핵심적인 추동체로 역할하는 일자리위원회나 정부부처를 통한 개혁은 여전히 정부 주도성이 매우 강하다. 정권 초기 정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일정하게 정리하면서 가고 그사이 사회적 대화체제 진용을 재구축해 이후 세부적인 과제들은 사회적 대화로 풀어 가겠다는 식의 작전이 짜인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아직까지는 사회적 ‘대화’보다는 정부 ‘조치’가 앞장서 있다.

그러나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큼성큼 나아가던 포용화의 정치가 최근 첫 난관에 봉착했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며 대통령이 직접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들의 눈물을 닦아 줬던 감동이 아직도 국민 가슴속에 남아 있는데, 지난 10여년간 우후죽순 늘어난 학교비정규직 교사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교육부가 선언했다.

정규직 전환 대상은 아니지만 그들의 경제적 처우와 관련된 차별에 대해서는 발본적으로 시정하겠다는 타개책을 제시하지만, 근래에 민주노총 내부 주력 투쟁부대의 큰 세력을 형성하는 이른바 ‘학비노조’들을 중심으로 한 비판과 저항이 만만치 않다. 일반 국민조차 정부의 진정성이 여기까지였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가장 큰 난관은 종래에 교사가 되기 위해, 말하자면 정규직 트랙에 진입하기 위해 청춘을 바치며 준비해 온 노동시장 미진입자들의 반발과 저항이 컸다는 것에 있었을 것이다. 포용성이 형평성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 과제와 맞닥뜨린 것이다.

이번 논란은 노동시장 처우개선과 사회적 시민권 전환 대상들이 그저 대상화돼 있는 일종의 ‘조치의 정치’가 갖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러한 대상들이 전환 방안을 강구하는 일주체가 돼 과정에 참여하는 ‘대화의 정치’가 작동해야 한다. 역사적 경험은 대화 성립을 위해선 일정한 갈등 전개가 불가피함을 알려 준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그것을 푸는 해법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 준다.

당분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는 어쩌면 촛불혁명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의 통치성을 재구성하기 위해 불가피한 갈등일 수 있다. 이제 점차 상징과 구호에 담긴 요구들만 난무하며 서로 눈을 피하는 식의 낮은 수준의 소통을 지양하고 보다 건설적이며 현실적인 대안을 차분히 찾는, 테이블에서의 대화로 나아가야 한다. 개혁이 심화할수록 대화 필요는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조치의 정치는 대화의 정치로 진화해 가야 하며, 거기에서 새로운 통치성을 형성하는 사회적 대화가 자기 역할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mjnpark@kli.re.kr)

박명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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