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공회의소
"다음에 여의도로 오시면 호프 한잔 합시다."(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사용자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박용만 회장을 만났다. 한국노총이 사용자단체인 대한상의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동은 한국노총 제안으로 이뤄졌다. 한국노총이 노동현안 관련 대화파트너를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대한상의까지 확대하는 모양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를 방문한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그간 '양극화, 불완전 고용, 장시간 노동이 해결돼야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간다'고 했던 박 회장의 말을 듣고 한번 만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박 회장께서 말한 내용들이 한국노총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고 요즘 노동계에서 걱정하는 부분도 많이 있다"며 "박 회장과 한국노총이 만나 우리 사회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이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다면 한 걸음 더 진전된 사회로 갈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은 "노동 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고 그를 위해 노사 간 마음을 열어 가야 하는 시점에서 김 위원장 역할을 많이 기대하겠다"고 환영했다. 박 회장은 "목표달성을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 견해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일자리 양과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해선 노사 모두가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서로 터놓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합치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도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는 소신을 말한 바 있다고 들었다"며 "경제계도 합리적 대안을 갖고 사회적 대화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비공개 대화에서 김 위원장이 박 회장에게 한국노총회관이 있는 여의도에서 '호프 회동'을 하자고 제안했고, 박 회장도 응했다고 한국노총은 전했다. 한국노총은 "김 위원장과 박 회장이 자주 만나 노동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며 "노사 간 대화의 첫발을 뗐다"고 설명했다.

그간 한국노총의 주요 대화 파트너는 경총이었다. 이날 김 위원장과 박 회장의 만남으로 대한상의가 한국노총의 새로운 대화상대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경총 방문계획은 아직 잡혀 있지 않다"며 "2015년 9·15 노사정 합의 논의 과정에서 (경총이) 한국노총을 얼마나 괴롭혔냐. 거기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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