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연대노조(위원장 김태완)는 CJ대한통운이 도입하고 있는 자동 화물분류기 휠소터(Wheel Sorter)가 노동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13일 노조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말부터 전국 50여곳 터미널에 휠소터를 도입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1천200억원을 투자해 전국 200여개 서브터미널에 휠소터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휠소터 도입 이전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은 오전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터미널에서 택배 분류작업으로 보내고 오후가 돼서야 배송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도입 뒤에는 2~3팀이 교대근무를 한다. 오전 7시에 출근하는 팀은 오전에 배송을 마치고 오후에 한 번 더 배송한다. 오전 9시나 10시쯤에 출근하는 또 다른 팀은 한 번 배송한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은 기계가 분류해 놓은 박스를 정리해 자신의 차량에 싣기만 하면 된다”며 “택배기사들이 힘을 덜 쓰고, 수작업으로 하던 때에 비해 작업시간과 노력이 두 배 이상 절감되면서 근무여건이 개선됐다”고 홍보했다. 이어 “오전 배송을 마치고 오후에 한 번 더 배송을 나갈 수 있어 택배기사 수익도 늘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했다. 분류작업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하는 것은 휠소터 도입에 따라 작업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일 뿐이지 근무환경 개선과는 관계없다는 것이다.

김태완 위원장은 “오전에 한꺼번에 하던 물품 분류작업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하게 되면 물건을 받으러 다시 터미널을 들러야 해 기름값이 두 배로 든다”며 “늦게 출근하거나, 혹은 두 번씩 터미널을 오가야 해 퇴근시간도 그만큼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는 휠소터가 도입되면서 작업환경이 굉장히 좋아졌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노동강도도 세지고 비용도 상승했다”며 “노동자들과 협의하지 않고 강제로 휠소터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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