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에 연루된 (KBS) 기자들이 전체 구성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KBS 안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저희들도 국민적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국민에게 사죄 말씀 올립니다.”

KBS 기자들이 2011년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KBS기자협회(협회장 박종훈)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자협회는 당시 도청의혹 사건 당사자로 지목된 KBS 정치부 ㅈ기자에게 취재지시를 내린 중견급 기자의 진술과 비공개 회의 관련 KBS 내부 보고문건이 존재했다는 보도국 간부 진술을 확보해 공개했다.

중견급 기자 A씨는 “(ㅈ기자에게) 내가 최대한 취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며 “녹음이라도 하든가 녹취가 가능하면 녹취도 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보도국 간부는 “사건이 터진 직후 한 기자가 (KBS 작성문건) 하나를 보여줘 봤다”며 “당시만 해도 외부인이 보면 악용하거나 활용할 수도 있어 삭제·폐기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6월24일 한선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날 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열린 KBS 수신료 인상 관련 비공개 회의내용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당대표실 주변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ㅈ기자가 회의 내용을 몰래 녹음해 한나라당에 넘겼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검경 수사 결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기자협회는 올해 6월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건을 조사했다.

박종훈 협회장은 “사건 발생 즉시 진상규명을 했어야 함에도 동료가 연루됐다는 점에서 이를 소홀히 한 책임이 크다”며 “진상규명은 KBS 기자 모두가 새롭게 태어나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다하겠다는 노력의 시발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강규형 명지대 교수에 대해 “KBS 경영진의 진횡과 일탈을 비호하고 묵인했다”며 이사직 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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