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 철폐 및 과로사 ·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잇따른 집배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우정사업본부를 규탄하고 과로사 예방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우정사업본부의 무사고 건수 중심의 안전정책이 오히려 집배원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정사업본부가 사고 건수를 줄이는 것을 목표를 설정해 사고를 숨기도록 한다는 것이다.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 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의 산재은폐와 출근 종용이 집배원을 죽였다”며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서광주우체국 소속 고 이길연 집배원은 지난달 교통사고를 당하고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에 복귀하게 되자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고 해 두렵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대책위는 “고 이길연 집배원은 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한 만큼 당연히 공무상재해로 처리돼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일반병가로 처리됐다”며 “우체국이 무사고 1천일 달성을 앞두고 병가로 치료받게 했다는 동료 증언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가오는 추석 소통기에는 제대로 된 인력 충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허소연 집배노조 선전국장은 “우정노동자들은 이번 추석 소통기에 얼마나 죽을지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우정사업본부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망사고가 안타까운 이유는 단 한 명도 죽지 않아도 되는 사고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설 특별소통기 전후로 세 명의 우정노동자가 사망했다. 한 명은 업무 중 교통사고로, 두 명은 과로로 목숨을 잃었다. 택배 물량이 폭주하는 소통기 때 충분한 인력을 배치하고 노동시간을 줄였다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다는 것이다.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는 “우정사업본부는 중대재해 다발사업장이지만 노동부는 일부 우체국에 대한 단순 실태조사만 했다”며 “노동부가 진작 특별감독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집배노조가 노동부에 전국 우체국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지만 노동부는 지난 5월 대전지역 4개 우체국만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했다. 대책위는 우선 최근 사망사고가 발생한 전남지방우정청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산재은폐 의혹과 관련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공무원 공상 승인 권한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있기 때문에 공상승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병가 처리를 한다”며 “모든 공무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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