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소속 비정규직 강사·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이 사실상 ‘제로’에 그치게 됐다.

지난달부터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공통기준을 논의 중인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가 8개 검토 직종 중 유치원 돌봄교실 강사와 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를 제외하고는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유치원 강사 2개 직종은 당초부터 정규직 전환이 유력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 교사·강사가 전무한 셈이다.

“스포츠·영어강사, 기간제 교사 무기계약직 전환 어려워”

10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교육부 정규직 전환 심의위 자료에 따르면 심의위는 정규직 전환 여부를 논의한 8개 직종 중 유치원 돌봄교실 강사와 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에 대해 “학교회계직(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권고한다”는 방안을 채택했다.

반면 △기간제 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산학 겸임 교사 △교과교실제 강사와 관련해서는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문화 언어 강사의 경우 “정규직 전환 여부를 시·도교육청이 (7월에 발표한) 정부 공통 가이드라인에 따라 결정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관계기관에 권고하기로 했다.

심의위는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된 직종에 대해서는 급여·복지수준 개선, 계약연장시 평가절차 간소화, 계약기간 연장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한때 초등스포츠강사를 정부가 신설하는 사회서비스공단 소속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이번 심의위 결정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미 무기계약직화된 직종만 정규직 전환 권고

심의위는 지난 9일 마지막 회의를 열어 각 직종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심의위원들의 찬반투표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심의위 논의 대상이었던 8개 직종 종사자들은 총 5만여명이다. 이 중 1천명이 조금 넘는 유치원 돌봄교실·방과후과정 강사만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됐다.

정부는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기간제 교사와 강사를 전환 예외사유에 포함했다. “타 법령에서 기간을 달리 정하는 교사·강사 중 특성상 전환이 어려운 경우”로 분류했다.

후속대책으로 정규직 전환 심의위를 꾸려 최종 결정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유아교육법상 행정직원에 해당하고 많은 시·도교육청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유치원 돌봄교실 강사와 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만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켰다. 기간제 교사를 포함해 당초 정규직 전환 예외 직종이었던 6개 직종을 제외하면서 심의위에서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직종은 하나도 없게 됐다.

노동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노총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11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심의위 결정 규탄기자회견을 한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사실상 정규직 전환이 예정됐던 2개 직종만 정규직화하기로 하면서 비정규직 제로정책이 정규직 제로정책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기존 교사·교대생 반발 의식한 듯

심의위가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를 보면 기존 교사나 교대생·청년구직자들의 반발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만명을 웃도는 기간제 교사의 경우 “청년 선호 일자리인 정규교원 채용에서 사회적 형평성 논란, 정규교원 임용시 시간제 교원의 우선권 불인정 등을 규정한 법률 취지를 고려한다”고 주장했다. 정규 교사나 교대생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영어회화전문강사에 대해서도 “현재의 양성·선발체제의 예외를 인정함으로써 교육현장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초등스포츠강사와 관련해서는 “당초 청년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시작한 점을 고려한다”고 했다. 나머지 강사들의 경우 “매년 수요 변동이 있다”거나 “각 시·도 간 운영 방식이 상이하다” 또는 “한시적 담당 성격이 크다” 혹은 “시간제 근무가 일반적이다”는 이유를 댔다.

노동계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산학 겸임 교사들 중 일부는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데도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상시업무는 정규직화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가 사라졌다”며 “심의위가 정치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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